청와대의 인공지능(AI)에 따른 국민배당금 구상이 국내외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가 김용범 정책실장의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시민에게 AI 기업의 지분을 나눠 ‘자본 소득’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이미 공적 연금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부분적으로 실현 중이며, 불평등 완화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AI가 노동 소득을 자본 소득으로 전환시키면, 기존 세원은 붕괴한다”며 국가 차원의 재분배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앞서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이는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 것으로,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실장은 AI에 따른 국내 초과 세수의 급증을 예상한 반면,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세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노동 소득세의 증발로 인한 세수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AI가 노동 소득을 대규모로 잠식하면 세원 자체가 무너진다는 위기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AI 인프라 경쟁 속에서 한국 경제가 기존 순환형 수출경제를 넘어 기술독점적 경제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며,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2026년과 2027년의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실장의 발언과 관련,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한 대통령 보좌관이 AI 기업으로부터 시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해 현지 주식 시장이 5% 급락했다가 발언을 철회하는 소동이 있었다”며 이를 “부분적 국유화”라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미국에서는 정치인들이 트럼프 계좌를 통해 시민들에게 AI 기업의 주식을 나눠주는 방안을 조용히 거론하고 있다”며 “경제학적으로 잘 설계된 세금 체계와 정부의 민간 부문 지분 취득 사이에는 본질적 차이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AI 황금시대의 과실을 나누는 법은 “세금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선진국들은 번영을 분배하는 단순한 원칙을 갖고 있었다. 주로 노동과 소비에 세금을 매기고, 여기에 국채 발행을 더해 재원을 마련한 뒤 이를 나눠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AI가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빠르게 발전한다면, 이 모델은 붕괴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가 주로 신기술로부터 재원을 조달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
마치 조물주와 같은 수준의 AI가 고용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논쟁 중이다. 한 가지 가능성은 인간 노동자들이 단순히 AI가 할 수 없는 일로 이동하여, 훨씬 더 풍요로운 경제 안에서 계속 좋은 일자리를 갖는 시나리오다. 고통스러운 전환기를 거치더라도, 사람들 대부분은 괜찮은 직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더 까다로운 결과도 상상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AI가 현재 노동자들에게 흘러가는 소득을 자본 소유자에게로 전환시키는 상황이다. 이는 거대한 격변이 될 것이다.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자 니컬러스 칼도르는 근대 역사를 통틀어 노동과 자본의 비율이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인 2대 1을 유지해왔다고 1960년대에 지적했다. 미국의 노동 몫은 이후, 일부 지표에서 하락했다. 하지만, 칼도르의 관찰은 대체로 유효하다.
이 패턴이 깨져도, 정부는 여전히 재원이 필요할 것이다. 광범위한 인구가 실직해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훨씬 더 많은 재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금 지원이든 직업 훈련이든 혹은 더 창의적인 방법이든, 재원은 어딘가에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소득에서 노동 몫이 낮아지면, 세원 자체가 붕괴하게 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주로 부유한 국가들의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회원국은 세수의 약 절반을 노동 소득에서 걷기 때문이다. 나머지 30%는 소비세에서, 그 외는 법인세·자본세·재산세 등 다양한 부과금에서 나온다. 국가 차원의 소비세가 없는 미국은 특히 노동 소득세에 의존도가 높다.
이는 대체로 조세 경제학자들의 조언을 따른 것이다. 그들은 △세수 확보를 위한 단일 소비세와, △재분배를 위한 차등 소득세(고소득자에게 더 높은 세율)를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법인세(투자를 억제한다는 이유)와 △자본 수익에 대한 다른 부과금(현재와 미래 소비 간 선택을 왜곡한다는 이유)에는 부정적이다.
소득세가 줄어들면, 세수도 줄고 재분배 기능도 약해진다. 명확한 대안은 소비세를 대폭 올리는 것이다. 역대급 거부였던 크로이소스 왕처럼, 부유한 AI 자본가들도 결국 무언가를 사야 한다. 정부는 그 세수를 다른 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자본세도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이 역시 경제를 왜곡하지만, 자본 수익의 대부분이 부유층에 귀속되기 때문에 재분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AI 시대에는 오늘날의 대도시 토지처럼 ‘초과 지대’의 원천이 늘어날 수 있는데, 이는 투자 유인을 왜곡하거나 성장을 해치지 않고도 과세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현재 떠도는 다양한 AI 세금 제안들은 이 전통적인 분류 체계에 대체로 맞아 떨어진다. 예를 들어, ‘로봇세’는 특정 유형의 자본에 대한 세금이다. AI 모델을 통과하는 텍스트의 양에 매기는 ‘토큰세’는 일종의 소비세다. 두 가지 모두 자동화에 대한 투자와 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왜곡을 일으켜 성장을 해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왜곡이 인간 개입을 늘리는 기술 혁신을 자극하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지자들은 주장한다.)
보다 급진적인 방안은, AI 발전으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지분을 노동자에게 나눠주는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의 주식을 광범위한 여러 손에 쥐어주거나, 국부 펀드를 통해 소유권을 확산시키는 방법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과세와 전혀 다른 방법처럼 보이지만, 잘 설계된 법인세 수익을 재분배하는 것과 원리상 유사하다. 두 경우 모두, 정부가 사실상 시민들에게 기업 수익에 대한 지분을 부여하는 셈이다.
조세를 통한 재분배의 큰 장점은, 정부가 어느 기업이 AI로 가장 큰 이익을 볼지 예측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지분을 직접 취득할 경우라면 그런 예측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승자들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세금-복지 지출이라는 우회적 시스템보다, 실직 노동자들을 훨씬 더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지분 투자는 어느 나라가 거대 기업에 과세할 것인지의 문제를 비껴갈 수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세금이 낮은 관할지역으로 이익을 이전하는 데 능숙하다는 점에서, 이는 큰 이점이다.
사실, 이 급진적인 재분배 시스템은 현실과 그리 멀지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이미 많은 노동자들이 퇴직연금이나 저축 계좌에 주식을 보유한 자본가들이기 때문이다. 에스엔피(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투자한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엔비디아, 알파벳, 애플을 포함한 500 개 대기업의 소액 주주다. 전 세계의 저축자들도 이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누구도 승자를 고를 필요가 없다. 그런 펀드에서는 가장 성공한 주식이 가치가 올라 포트폴리오의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패자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상적으로는, 최대 수혜자들이 공개 상장돼 내부자만큼 쉽게 외부인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면에서 진전이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 곧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민간 시장도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민주적이다. 많은 대형 벤처캐피털 펀드의 궁극적인 투자자는 캐나다의 저축자들(대형 연기금을 통해)이거나 싱가포르 납세자들(국부 펀드를 통해)이다. 정부가 AI로 인한 불평등 심화를 우려한다면, 덜 유복한 계층의 주식 보유를 늘리도록 노력할 수 있다.
AI가 가져올 격변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은 위안이 되는 교훈을 제공한다. 대규모 자동화가 창출할 번영을 나눌 도구는 충분하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이를 실행에 옮길 것인가? 그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역설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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