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금융사들과 제휴, 금융업에 우회 진출해 오던 ‘네이버 파이낸셜’이 해당 제휴상품들을 잇달아 종료하고 있다. 네이버 파이낸셜은 우리은행과 함께 진행하던 ‘우리은행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출’과 ‘스마트 플레이스 대출’ 판매를 금주 중 끝낸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는 이 대신, 독자 금융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 확보한 결제 이용자 3000만명의 데이터를 무기로 대출비교 플랫폼과 ‘엔페이 비즈(Npay biz)’ 자체 생태계를 만들어 금융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은행권은 “네이버 파이낸셜 등 빅테크에 대한 금융권의 종속 심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 파이낸셜은 우리은행·미래에셋캐피탈·신한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기존 금융사들과 손잡고 선보였던 대출 제휴 상품들을 대폭 정리중이다. 그간 금융사들과 함께 운영해온 스마트스토어 및 스마트플레이스 전용 대출 상품들을 중단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우리은행과 지난 2021년 야심 차게 선보였던 ‘우리은행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출’과 ‘스마트 플레이스 대출’ 판매를 이달 26일로 종료한다. 전북은행과의 제휴상품도,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상품은 대환대출로만 제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금융권과 협력하는 관계가 되겠다”던 초기 기조와는 달리, 자체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자 금융사 의존도를 낮추는 ‘홀로서기’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가 금융업에 본격 진출한 것은 지난 2020년이었다. 당시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 금융관련 라이선스 취득 대신, 기존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선택했다. 시작은 미래에셋 계열사와의 협력이었다. 네이버는 ‘미래에셋 네이버통장’을 선보였고, 이어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출시했다.
이후 제휴 범위는 빠르게 확대됐다. 신한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자 대출까지 금융서비스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 특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에게는 매출 데이터 등을 제공해 보증 및 대출 심사를 돕는 구조를 취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네이버가 금융 규제의 부담 없이 금융시장에 우회 진입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네이버는 “우리는 금융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플랫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실제로 네이버는 대출 실행과 리스크 관리는 금융기관이 담당하고, 네이버는 고객 유입과 데이터 제공 역할에 집중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제휴 상품들은 하지만, 금리 경쟁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강민국 의원실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은행 스마트스토어 대출 평균 금리는 연 6.89% 수준으로, 당시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금리 범위를 고려할 때 큰 매력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네이버를 거치며 발생하는 중개 수수료가 원가에 반영돼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기 어려웠다”며 “실적 저조와 플랫폼 전략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출비교 플랫폼’이 대세… “제휴 상품 유지 이유 없다”
네이버 파이낸셜이 제휴 상품을 축소하는 핵심 이유는 2022년부터 자사가 직접 운영해온 ‘네이버페이 신용대출 비교’ 플랫폼 때문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네이버 파이낸셜은 사업자 대출비교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개인 신용대출 비교 서비스까지 확대했다. 네이버 인증서와 전자문서를 활용해 개인의 소득과 신용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 플랫폼 경쟁력을 키웠다.
특히 네이버는 자사가 보유한 결제 데이터와 쇼핑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역량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네이버 파이낸셜은 대출 비교 플랫폼이 시장에 안착하며, 개인사업자뿐만 아니라 신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를 위한 대안신용평가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네이버페이 결제 이력과 쇼핑몰 판매 데이터를 결합, 기존 금융사의 전용 상품 없이도 충분히 정교한 한도와 금리 산정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재구매율, 반품률, 광고 집행 내역 등 전통 금융권이 확보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융사가 네이버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제휴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네이버가 플랫폼을 통해 금융사를 연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네이버 대출 비교 사이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사업자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플랫폼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특정 금융사와 묶인 제휴 상품보다는, 플랫폼 중심의 사업 전개가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금융권 “빅테크 종속 우려” vs 네이버 “자체 플랫폼 강화”
은행권은 이번 조치를 두고 복잡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포용금융 차원에서 대안신용평가를 모색 중인 시중은행 입장에서 네이버의 방대한 결제 데이터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플랫폼을 통해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네이버에 은행들이 점차 끌려다니게 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제휴 중단은 네이버가 결제 데이터를 공유할 파트너사를 선별하겠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며 “결국 플랫폼에 금융사가 종속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네이버 파이낸셜은 이 우려를 일축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대출 비교 서비스를 통해, 금리 산정의 정확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 파이낸셜은 다만, 신한은행과 제휴한 ‘Npay biz 신한대출’처럼 통장·대출·카드·뱅킹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제공하는 혁신금융서비스는 지속시키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2024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뒤 ‘Npay Biz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업자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한은행과의 협력은 단순 대출 제휴가 아니라 플랫폼 공동 구축에 가깝기 때문에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종 목표는 ‘금융상품 판매’ 아닌 ‘금융 운영체제’
네이버의 최근 행보는 과거 삼성페이 전략과도 닮아있다. 네이버페이는 과거 자체 큐알(QR)결제망 확대에 집중했지만, 이후 삼성페이와 손잡으며 전국 오프라인 가맹점으로 영역을 넓혔다. 결과적으로 결제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기보다, 플랫폼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금융에서도 비슷한 전략이 나타나고 있다. 직접 은행이 되기보다 금융회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네이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모델을 “한국판 아마존 금융”으로도 해석한다. 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결제·대출·자산관리·사업자 금융을 모두 연결하는 거대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이번 제휴상품 축소가, 빅테크가 금융회사를 고객으로 삼는 ‘플랫폼 금융 2.0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네이버 파이낸셜이 개별 금융사와 어떤 ‘선택적 협력’을 이어갈지 관련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선무 기자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