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토큰 실거래 이르면 내달 시작…은행앱이 ‘생활 플랫폼’으로

P2P·생체인증·결제망 연계, 정부지원금 수령·공공서비스까지 원스톱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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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토큰 실거래 이르면 내달 시작…은행앱이 ‘생활 플랫폼’으로

한국은행과 시중은행들이 추진하는 디지털화폐(CBDC) 기반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거래가 이르면 9월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기술 검증에 머물렀던 1단계 예금토큰 실험이 실제 국민 생활 속 지급결제로 확대되는 것이다. 2단계에서는 개인 간 송금(P2P), 생체인증, 기존 결제 인프라 연계 등을 통해 실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급결제 환경을 구축하는 데 무게를 싣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결제원, 시중은행들은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거래를 위한 막바지 준비를 진행 중이다. 참여 은행도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은행 등 기존 7곳에 경남은행과 아이엠(iM)뱅크가 추가돼 모두 9곳으로 늘었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시중은행이 예금토큰을 발행하고 이를 국민이 실제 결제에 사용하는 구조다. CBDC는 은행 간 결제에 사용되고, 소비자가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예금을 토큰 형태로 바꾼 예금토큰이다. 가치가 기존 예금과 동일해 예금자 보호를 받으면서도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계약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실증이 단순히 새로운 결제수단을 시험하는 수준을 넘어 은행 애플리케이션이 ‘조회·송금 앱’에서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은행앱에서 송금과 결제는 물론, 정부지원금을 받고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기관용(도매) CBDC 기반 예금토큰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한 ‘통합원장(Unified Ledger)’ 개념을 실제 구현하는 대표 사례로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예금토큰은 스테이블코인보다 안전한 디지털 화폐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송금만 하던 은행앱이 ‘결제 플랫폼’으로
지난해 진행된 1단계 실증에서는 약 8만1000명이 참여해 11만4880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다만 사용처가 제한적이어서 일상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2단계에서는 실생활 활용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권이 가장 기대하는 변화는 결제 기능 자체보다, 은행앱의 역할 변화다. 지금까지 은행앱은 계좌조회와 송금, 예·적금 가입이 핵심 기능이었다. 그러나 예금토큰이 상용화되면 은행앱 하나로 △큐알결제 △오프라인 매장 결제 △온라인 쇼핑 결제 △P2P △정부지원금 수령 △공공서비스 이용 △정책자금 지급 △각종 포인트 및 캐시백 등을 모두 처리하는 플랫폼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앱이 결국 ‘금융 슈퍼앱’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며 “결제와 생활서비스가 모두 은행앱 안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체인증·자동충전까지…결제 경험도 달라져
2단계에서는 소비자 편의성도 크게 높아진다. 새롭게 추가되는 기능은 △지문·안면인식 등 생체인증 결제 △예금 부족 시 자동충전 △전자지갑 확대 △보유 한도 상향 등이다.

예를 들어, 은행앱으로 커피를 결제할 때 예금토큰 잔액이 부족하면 연결된 예금계좌에서 필요한 금액만 자동으로 토큰으로 전환된다. 카드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결제가 가능하고, 인증 역시 생체인식으로 끝난다.

기존 결제망 활용, 단말기는 그대로
이번 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새로운 결제망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카드사와 PG(전자지급결제대행) 업체들이 이미 구축한 결제 인프라를 활용한다. △국민은행은 케이지이니시스와 협력하고, △우리은행은 우리카드와 한국정보통신, △농협은행은 큐알결제 확대, △하나은행은 PG사 협업, △신한은행은 금융서비스 연계 등을 각각 추진 중이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단말기를 새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카드결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결제 데이터가 자산관리까지 연결
은행들이 더욱 주목하는 것은 데이터다. 현재 카드사는 소비자의 결제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예금토큰 결제가 확산되면, 은행도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실시간으로 축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디에서 얼마를 썼는지 △월별 소비 패턴 △생활비 구조 △여행·교육·의료 소비 △정기결제 현황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이는 △맞춤형 자산관리 △인공지능(AI) 금융비서 △개인별 금융상품 추천 △대출 심사 고도화 △보험 추천 △소비 분석 리포트 등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금융권에서는 “결제 데이터는 앞으로 은행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지원금도 예금토큰으로 지급
공공 분야 활용도 확대된다. 한국은행은 첫 사례로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지급을 준비하고 있다. 예금토큰에는 사용 목적과 기한을 미리 설정할 수 있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업무추진비 △국고금 관리 △지방보조금 △정책자금 등으로도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향후 국가재정관리시스템(디브레인)과 연계하면 예산 집행과 사후 관리가 자동화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예금토큰 vs 스테이블코인 경쟁 본격화
예금토큰 상용화가 속도를 내면서 금융권에서는 공공 기반 예금토큰과 민간 스테이블코인 간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한국은행의 CBDC 인프라를 활용한 예금토큰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는 반면, 일부 인터넷은행과 빅테크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사업자와 협력하며 해외 결제 시장을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모델이 경쟁하기보다는 용도에 따라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안정성과 통화 신뢰를,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송금과 블록체인 금융을 각각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가 쓸 이유”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결제 취소와 환불 절차 △시스템 장애 발생 시 책임 소재 △은행과 카드사·PG사 간 역할 △수수료 체계 △반복 사용을 유도할 인센티브 등이 상용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토큰 기술은 이미 상당 부분 검증됐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기존 카드나 간편결제 대신 예금토큰을 사용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프로젝트 한강 2단계가 성공할 경우 한국이 세계 최초 수준의 은행 예금 기반 디지털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