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가상화폐 유통의 글로벌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나

갤럭시 8억대에 스테이블코인 기능 기본탑재, ‘대중화’ 새 장 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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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가상화폐 유통의 글로벌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나

삼성전자가 전 세계 8억대 이상의 갤럭시 스마트폰의 월렛에 스테이블코인 기능을 기본 탑재하겠다고 선언, 글로벌 금융인프라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이 스테이블코인 기능은, 사용자들이 디지털 자산을 별도의 가상화폐 앱이나 거래소 계정 없이도 일상적인 결제와 송금에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유통 인프라를 직접 운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스테이블코인 기능 탑재를 통해, 돈이 흐르는 도로와 항구를 장악하는 셈이 됐다”라며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는 발행사가 되는 것 못지 않게,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 스마트폰 월렛은 현재 61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며, 한국에서만 약 19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선제적 움직임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실제 지배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8억대’의 힘, 접근성 장벽 허물까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6’에서 삼성 월렛에 법정화폐 연동 저축 및 결제 계좌를 포함한 스테이블코인 기능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리 딘햄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문 제품 매니저는 “삼성 월렛은 현금과 저축을 넘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가치를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삼성은 스마트폰에 스테이블코인을 기본으로 탑재하는 최초의 주요 모바일 브랜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장에서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유에스디씨(USDC)의 데모 화면이 공개됐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8억 대’는 2026년 말까지 탑재될 목표 기기 대수다. 이중 삼성월렛이 설치된 기기나, 실제 스테이블코인 기능을 사용할 사용자 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발표를 가상화폐 글로벌 유통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가상화폐 투자사인 아레타의 조셉 고 아태총괄은 “유통망은 희소한 자산인데, 삼성은 방대한 글로벌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전략적 움직임으로 삼성은 USDC 등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유통사로 부상할 것”이라고 외신을 통해 분석했다.

솔스티스의 벤 나다레스키 최고경영자(CEO)도 “몇년간 가상자산은 거래 시장을 깊이 가졌지만, 일상 소비로 이어지는 경로는 미약했다. 삼성 월렛은 그 방향을 정반대로 바꿔놓았다”고 평가하며, “사람들이 카드 결제와 체크아웃을 위해 여는 앱 안에 스테이블코인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그 파급력을 외신에 설명했다. 

경쟁사인 애플과 구글 등은 아직 스테이블코인 지원에 공개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애플페이와 구글 월렛 모두 아직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애플페이와 애플 월렛을 통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미국 근접결제 기준 7160만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구글 역시 구글페이를 통해 코인베이스·비트페이 등 제3자와 제한적인 가상화폐 카드 기능을 연동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삼성은 가상화폐 인프라를 7년간 구축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9년 갤럭시 에스(S)10부터 녹스(Knox) 보안 플랫폼을 통한 하드웨어 기반의 키 격리를 시작했다. 삼성월렛은 신용카드·탑승권·디지털 신분증과 같은 일상 금융 데이터를 이미 관리하는 ‘통합 허브’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을 추가한다는 점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큰 차별화 요인이 될수 있다.

규제 환경과 경쟁사 분석한 '의도적 타이밍'
삼성의 이번 행보는 미국과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완성 시점과 맞물려 있다. 미국의 경우, 2025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법이 제정돼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화폐처럼 관리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4월 거래·수탁·감독·발행을 아우르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을 공개했으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이견 등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달러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양쪽 모두를 노리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현 가능성과 독과점 논란
삼성전자의 전략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명확하다. 삼성은 아직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블록체인 네트워크, 수탁 모델, 출시 시장 등 핵심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9년 출시된 블록체인 키스토어의 낮은 활성화율 사례처럼, 기본 탑재가 실제 사용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삼성전자에 대한 독과점과 금산분리 논란도 예상된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고객 예치금을 국채에 넣고 이자를 사업자가 가져가는 구조여서, 규모가 클수록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같은 초대형 대기업의 시장 장악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 출신 차현진 호서대 교수는 최근 토론회에서 “대기업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진출하면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금산분리 원칙과의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