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규제, 오늘부터 금융사 수준으로

대주주 적격성·부채비율·돈세탁방지 인력·내부통제까지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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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거래소 규제, 오늘부터 금융사 수준으로

▲ 자료=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20일 금융회사 수준으로 강화된다. 이날부터 가상자산사업 진입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뿐 아니라, “누가 회사를 지배하고, 어떤 돈을 대며, 그 주주가 금융사업을 맡을 자격이 있는가”가 핵심 기준이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에 따라 20일 가상자산사업자의 진입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대표자와 임원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신고 심사가 대주주로 확대되고, 대주주의 범죄 전력과 재무건전성, 사회적 신용까지 검증 대상에 오른다. 마약거래방지법·조세범처벌법·공정거래법·특정경제범죄법 등 경제·사회 질서와 관련된 법위반 이력도 심사 범위에 포함된다.

대주주까지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검증
가장 큰 변화는 대주주 심사다. 기존에는 가상자산사업자의 대표자와 임원 등을 중심으로 범죄 전력과 법률 위반 여부를 확인했다. 20일부터는 최대주주와 주요주주 등 회사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주까지 심사 범위가 확대된다.

금융위가 제시한 기준을 보면, 대표이사나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한 주주,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최대주주와 대표자 등도 심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즉 가상자산거래소의 지분을 직접 보유한 주주뿐 아니라,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까지 추적하는 구조다. 이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지배구조 자체가 규제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특히 대주주의 범죄전력을 확인하는 법률의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 기존 특정금융정보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테러자금금지법·외국환거래법·자본시장법 등에 더해, 마약거래방지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법,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이 포함된다. 가상자산거래소를 지배하는 대주주의 과거 행적까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부채비율은 200% 이하여야
재무건전성도 새로운 진입장벽이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의 부채비율을 최근 분기 말 재무제표 기준 200% 이하로 규정했다. 이용자 예치금처럼, 사업자가 일반적인 의미의 자기자금으로 사용하는 부채와 성격이 다른 항목은 산정 과정에서 차감하도록 했다.

대주주 역시 일정한 재무건전성과 사회적 신용을 갖춰야 한다. 최근 3년간 채무불이행 등으로 건전한 신용질서를 해친 사실이 있는지, 부실금융기관에 해당했는지, 금융 관련 인허가가 취소된 전력이 있는지 등이 심사 대상이 된다. 이제 거래소 인수합병이나 경영권 거래에서도 기업가치와 인수자금만 따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내부통제 등도 실제 운영 감시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등도 강화된다. 이제 “규정이 있느냐”에서 “실제로 작동하느냐”로 심사 방식이 바뀐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수행할 적절한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전산설비와 보안설비,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단순히 내부 규정이나 조직도를 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AML 관련 인력은 일정 규모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준법감시인의 전문성도 심사 대상이 된다. 전산 측면에서는 침입탐지·방지, 방화벽, 백업설비, 재해·재난 대응체계 등도 중요해진다. 고유식별정보나 개인신용정보를 처리하는 전산설비는 원칙적으로 국내에 두도록 하는 등 전산 인프라에 대한 요구도 구체화됐다.

거래소의 경영권 거래에도 직접적인 변화가 생긴다. 대주주나 조직·인력·전산설비·내부통제체계 등 법령준수체계의 중요한 변경은 기존의 사후신고 방식에서 벗어나 변경 전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강화된다. 

이는 가상자산거래소의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새로운 투자자가 거래소 지분을 인수한 뒤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이전 단계에서부터 새 대주주의 적격성과 지배구조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거래소도 ‘11월 20일’까지 점검
규제 강화는 신규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신고 사업자도 개정 규정에 맞춰 관련 사항을 다시 신고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 거래소들은 대주주 현황, 법률 위반 이력, 재무상태, AML 조직과 인력, 전산설비, 내부통제체계 등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특히 기존 사업자 입장에서는 대주주 변경이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경우 새로운 규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코인 거래소’에서 ‘금융 인프라’로
이번 제도 변화의 가장 큰 의미는 가상자산산업에 대한 정부의 시각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데 있다고 해석된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핵심 경쟁력은 기술력이었다. 거래 시스템의 안정성, 편리한 사용자경험, 상장 능력, 유동성 확보 등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고 이용자가 늘면서 거래소가 사실상 금융시장 인프라 역할을 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규제 초점도 “무엇을 거래하는가”에서 “누가 소유하고 지배하며, 이용자 자산을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주주의 범죄 전력뿐 아니라 재무건전성, 사회적 신용, AML 역량, 전산설비, 내부통제까지 한꺼번에 들여다보는 이유다.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 업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거래소나 AML·보안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사업자는 추가적인 인력과 시스템 투자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나 대주주의 과거 법률 위반 이력이 있는 사업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반면 대형 거래소와 충분한 자본력·내부통제 역량을 갖춘 사업자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진입장벽이 높아지면 신규 경쟁자의 유입이 줄고, 기존 사업자 가운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업자가 시장에서 퇴출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제도는 가상자산업계의 ‘옥석 가리기’를 촉진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