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대 결제 처리업체인 스트라이프가 인공지능(AI)시대의 ‘토큰 금융 인프라회사’로 변하고 있다. 2009년 창업 이후 결제수수료를 핵심 수익원으로 삼아온 이 핀테크 회사는 디지털 자산과 AI 분야에 대한 인수합병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트라이프가 AI 스타트업인 오픈라우터를 약 80억달러(11조 1040억 원)에 인수한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오픈라우터는 기업들이 서로 다른 AI 모델 사이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인수는 스트라이프 역사상 최대 규모로, 이 회사가 AI 경제의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패트릭 콜리슨과 존 콜리슨 형제가 이끄는 스트라이프는 오픈라우터와, 현금과 주식을 결합한 약 80억달러 규모의 거래에 오픈라우터와 합의했다고 거래 사정에 정통한 두 명의 관계자들이 FT에 말했다. 이번 인수는 AI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트라이프의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다. 여기에는 △급증하는 컴퓨팅 자원 수요 △AI 에이전트가 고객을 대신해 결제를 수행하는 새로운 상거래 환경 △ AI 시대에 등장하는 새로운 유형의 사기와 범죄 같은 문제가 포함된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콜리슨은 “스트라이프는 AI를 위한 경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는 △요청을 지능적으로 라우팅하고 △토큰을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오픈라우터와 함께 기업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토큰이란,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처리하는 텍스트, 코드 또는 데이터의 단위를 뜻한다.
스트라이프는 아일랜드 더블린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공동 본사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사모펀드 어드벤트 인터내셔널과 함께, 미국 증시에 상장된 페이팔을 인수하기 위한 공동으로 제안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페이팔의 기업가치는 이 거래에서 약 530억달러(약 73조 5640억 원)로 평가됐다.
이 거래가 만약 성사된다면, 이는 스트라이프의 기업 규모와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래가 될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스트라이프는 올해 2월 진행한 텐더오퍼(특정 가격으로 일정한 기간동안 주주들에게 주식을 공개적으로 사겠다고 제안하는 ‘공개매수’)에서 약 1590억달러(약 220조 692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스트라이프는 상장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스트라이프는 디지털 자산과 AI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최근 인수합병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테이블코인 기업인 ‘브리지’를 인수했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7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한 지니어스 법에 서명하기 몇 달 전이었다.
스트라이프는 올해 초에는 청구·과금 플랫폼인 ‘메트로놈’도 인수했다. 이 인수의 목적은 이른바 ‘스트리밍 결제(streaming payments)’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는 기존의 기업용 소프트웨어처럼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받는 ‘좌석당(per-seat) 구독 모델’이 아니다. 기업들이 실제 사용한 AI 토큰의 양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 패트릭 콜리슨 CEO는 “AI를 기반으로 사업을 구축하는 기업들에게, 토큰은 핵심적인 통화다. 그리고 AI가 현실 세계에서 경제적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지는 희소한 컴퓨팅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최근 밝혔다. 스트라이프는 새로운 AI 기업과 AI 제품의 등장으로 인해 ‘AI 시대에 더 적합한 금융 도구’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와 동시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유형의 절도와 사기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기술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트라이프는 또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 시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에이전틱 커머스란,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고 △구매를 결정하며 △실제 결제까지 수행하는 상거래 환경을 의미한다.
오픈라우터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를 공동창업했던 알렉스 애털러가 설립했다. 이 회사에는 알파벳 계열 투자자와 세콰이어 캐피탈, 앤드리슨 호로위츠 등이 투자했다. 애털러는 “오픈라우터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운영될 것이다. 이름도 같고, 제품도 같고, 로드맵도 같고, 사명도 같다”며 “다만 이제 우리는 스트라이프의 비교할 수 없는 역량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엑스(X)에 게시했다.
한편, 스트라이프는 기존 결제 중개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페이팔의 방식보다, 비교적 쉽고 간편한 API를 통해 ‘코드 7줄 복사해 붙여넣기’ 방식으로 생태계를 확장시켜왔다. 미국의 평균 결제 서비스 수수료율인 4~5% 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2.9%의 수수료율을 앞세워 급성장했다. 업계에서는 페이팔에 이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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