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 ETF·채권펀드까지 블록체인으로

신한·미래에셋·한화·한투신탁 등 운용사, 내년 2월 STO시행 앞두고 ‘온 체인’ 경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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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산운용사, ETF·채권펀드까지 블록체인으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와 채권형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토큰화’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자체의 소유권과 거래 기록을 블록체인상 토큰으로 구현하는 단계로 경쟁축을 옮기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초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신한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한투 신탁운용 등은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과 잇따라 손잡고 금융상품의 ‘온체인(on-chain)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펀드 자체의 소유권과 거래 기록을 블록체인상 토큰으로 구현하는 단계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내년 2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 전자증권법은 분산원장을 활용한 증권의 발행·유통을 제도권에 편입하고, 토큰증권도 기존 전자증권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를 받도록 했다. 

이에따라, 자산운용사들은 전통금융자산의 블록체인 편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토큰화의 핵심은, 기존 ETF나 채권형 펀드처럼 실제 자산을 담은 금융상품의 지분을 블록체인상 디지털 토큰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보유한 토큰이 특정 펀드의 지분을 나타내고, 소유권 이전과 거래 기록 등을 블록체인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금융시장에서 여러 기관을 거쳐야 했던 발행·등록·이전·결제 절차를 하나의 디지털 인프라에서 연결할 수 있다. 24시간 거래와 실시간에 가까운 결제(T+0), 중개·관리 비용 절감, 거래 내역의 투명성 제고 등이 가능해진다. ETF와 단기채·머니마켓펀드(MMF)처럼 이미 운용하고 있는 금융상품을 토큰화하면, 상품의 경제적 구조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와 결합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국내보다 앞서 진행되고 있다. 블랙록의 BUIDL, 프랭클린템플턴의 토큰화 MMF 등은 국채와 현금성 자산을 블록체인상에서 운용하는 대표 사례다.

토큰화 대상도 국채와 MMF에서 회사채, 사모대출, ETF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허브가 제도와 인프라를 동시에 정비하면서, 전통 금융상품을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 홍콩에서 펀드 토큰화상품 내놔
가장 앞서 나간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 자산운용의 전략은 ‘상품-블록체인-거래·수탁 인프라’를 한꺼번에 연결하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27일 홍콩에서 현지의 에이치 지수(HSCEI)를 기초로 하는 순자산 약 3조8000억원 규모의 ‘글로벌X HSCEI 커버드콜 액티브 ETF’에 토큰화 클래스를 도입했다. 씨티은행과 현지의 디지털자산 플랫폼(OSL)이 협력했다. 이는 미래에셋 자산운용이 직접 운용하는 펀드를 토큰화해 유통한 첫 사례다. 

토큰화 클래스는 기존 ETF 지분을 블록체인상 디지털 토큰으로 표시하는 방식. 즉, 가상자산 가격에 투자하는 상품이 아니라, 기존 ETF의 소유권과 이전 절차를 블록체인으로 옮긴 것이다.

이 ETF는 홍콩 에이치지수 구성 종목에 투자하고, 콜옵션 매도로 확보한 프리미엄을 분배 재원으로 활용하는 상품이다. 이미 상당한 규모로 성장한 기존 상품을 토큰화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 실험과는 차이가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앞서 지난해 아발란체의 개발사와 펀드 토큰화 및 온체인 운용·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파일럿을 진행했다. 올해 6월에는 글로벌 실물연계자산(RWA·Real World Assets) 토큰화 업체와 손잡고 ETF 토큰화와 온체인 자산운용 인프라, 글로벌 투자상품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RWA는 부동산, 채권, 금, 미술품 등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자산의 가치나 권리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한 것. 미래에셋은 당시, 아시아 자산운용사 가운데 최초로 기존 ETF 라인업의 토큰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신한운용은 ‘원화 초단기채’ 토큰화…한국판 BUIDL 시험
신한자산운용은 원화 금융상품의 토큰화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달 21일 솔라나재단, 규제 준수 토큰화 발행 플랫폼 이더퓨즈, 온체인 유동성 인프라 오르카와 4자간 업무협약을 맺고, 원화 표시 토큰화 펀드의 발행·유통 전 과정을 검증하는 개념증명(PoC·Proof of Concept)에 들어갔다.

대상은 신한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원화 초단기채 펀드다. 해외 기관투자가가 해당 펀드를 매수하고 이를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구조를 전제로 발행부터 유통까지 기술을 검증한다. 신원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블록체인 운영 방식, 보안 감사, 외국환거래법 등 규제 준수 요건과 온체인 유동성 구조까지 검증 대상이다. 

앞서 신한자산운용은 RWA 특화 블록체인업체와도, 원화 초단기채 펀드의 토큰화 실증을 추진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비들(BUIDL)’과 유사한 구조를 원화 자산에 적용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솔라나·리플과 ‘디지털 ETF’
한화자산운용은 디지털자산 ETF와 상장지수상품(ETP) 쪽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올해 1월 솔라나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솔라나 생태계 교육, 솔라나 기반 ETP출시 협업, 커스터디 솔루션 가이드 발간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 2월에는 솔라나 생태계의 지토(Jito) 재단과 유동성 스테이킹 기반 ETP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맺었다. 

한화자산운용은 리플, 미국 디지털자산 전문 운용사 등과도 디지털자산 ETF 및 RWA 토큰화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기존 ETF 운용 역량에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디지털자산 상품 설계 역량을 결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투운용도 커스터디부터…‘디지털 금융’ 밑그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6월 한국디지털자산수탁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디지털자산 산업과 시장 구조를 공동 연구하고 공동 마케팅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직접적인 토큰화 상품 출시보다는 우선 디지털자산의 보관·관리 인프라와 시장 구조를 파악하는 단계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커스터디는 중요한 기반 인프라다. 향후 토큰화 펀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발행과 운용뿐 아니라 토큰과 기초자산의 권리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수탁 체계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