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해외 코인 거래소, 코인마켓 ‘VASP 면허’에 눈독

거래량은 ‘0’인데, 몸값은 4배 뛰어…매각 희망가 50억→200억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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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권·해외 코인 거래소, 코인마켓 ‘VASP 면허’에 눈독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VASP·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 신고가 돼 있는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증권사들을 포함한 국내 금융사들과, 한국 진입을 노리는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코인마켓 거래소들을 상대로 투자와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거래량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경영실적은 대부분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신고를 통과한 사실상의 ‘면허’가 이들의 희소 자산이 됐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등 미국업체들과 비트겟 등 중국 업체들이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에 인수·투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 특히 증권사들도 VASP 투자에 뛰어들었다.

관련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과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일부가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들의 지분 투자를 검토한 데 이어, 최근엔 코인마켓 거래소까지 투자 가능성을 물색중”이라고 귀띔했다.

“거래는 없어도, 면허는 있다”
국내의 코인마켓 거래소는, 코인으로 코인을 사고파는 ‘코인 간 거래’만 제공한다. 이들은 은행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원화로 사고파는 코인거래는 금지돼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 현황 기준으로, 국내에는 플라이빗·비티엑스·포블·코어닥스·비블록·크립토닷컴·빗크몬·프라뱅·보라비트·오아시스거래소·인엑스 등 11곳이 있다.

이들 거래소 중 절반 이상은 최근 2년간 비트코인이 단 한 개도 거래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이 최근 공개한 올해 상반기 실태조사를 보면, 이들 코인마켓 거래소는 20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도 만연하다. 지난해 말 기준 비블록(-26억원)·프라뱅(-18억원)·플라이빗(-19억원) 등이 자본총계 마이너스다.

그런데도 매물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시장 침체기에 50억원 수준까지 낮췄던 일부 거래소의 매각 희망가가 최근 200억원 안팎으로 네 배가량 뛴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사이트만 열어두고 인력·운영비를 줄인 채 인수자를 기다리는 ‘면허 장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신규 VASP 취득은 힘들어”
배경에는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금융사가 VASP 신고를 직접 하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 은행·증권·카드사들이 거래소 ‘지분’을 사는 방식으로 우회 진입하는 이유다. 이미 판은 크게 움직였다.

미래에셋그룹은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코빗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고 50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케이엑스 벤처스와 함께 코인원 지분 40%에 1600억원을 투자, 금융사가 거래소 지분을 10% 이상 직접 보유한 첫 사례가 됐다. 하나금융은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고, 한화투자증권·삼성증권도 두나무를 택했다.

인수 가능한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곳)는 사실상 소진되고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유통, 지갑·결제로 이어지는 사업의 출발점이 거래소 면허다. 후발 증권사의 다음 타깃이 코인마켓으로 옮겨가는 이유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후발주자들은 코인마켓 거래소를 인수해 키우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고부터 하면 시간·비용 더 든다”
해외 거래소에도 코인마켓 인수는 현실적인 우회로다. 신규 법인을 세워 처음부터 신고 절차를 밟는 것보다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는 편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케이엑스가 코인원에 지분을 투자하며 원화거래소 쪽으로 들어온 만큼, 남은 해외 거래소들의 선택지는 좁아졌다.

물론 정면 돌파 사례도 있다. 미국 비트고는 인수 대신, 하나금융·에스케이텔레콤을 우군으로 ‘비트고코리아’를 신설해 8월 VASP 신고 수리를 받았다. 수탁 사업 중심이라는 점에서 거래소 인수와는 결이 다르지만, 신규 신고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선례다.

변수는 재신고…“연말부터 본격화”
시장의 눈은 11월 20일에 쏠려 있다. 지난 8월 20일 개정 특금법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기존 VASP는 시행일로부터 3개월 내인 11월 20일까지 대주주 적격성과 재무 상태 등 강화된 기준에 맞춰 부칙 신고를 마쳐야 한다. 재무건전성 요건과 자금세탁방지(AML) 조직·인력·전산설비 기준에는 1년 유예가 주어지지만, 이후에도 충족하지 못하면 직권말소 대상이 된다.

갱신 절차를 마친 코인마켓 거래소는 포블·플라이빗·비티엑스·프라뱅·비블록·빗크몬·인엑스 등이다. 업계는 이 중 AML 시스템과 전문 인력을 갖춰 실제 인수 가치가 있는 곳을 3~4곳으로 본다. 지분구조가 단순한 코인마켓 거래소가 신고서를 일찍 낼수록 심사와 매각 논의도 빨라진다.

또 다른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와 금융사는 물론, 실명계좌 제휴 대상을 찾는 시중은행도 신고 수리 결과를 먼저 확인하려 한다”며 “연말부터는 인수·투자와 은행 제휴 논의가 동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