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속에 '하야'와 '탄핵'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그 틈에도 공기업CEO에 '자기식구' 챙기기는 계속했다. 최순실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10월이후 6명의 공기업CEO가 새로 선임된가운데, 5명이 영남출신이었고 이중 4명은 대구·경북(TK) 인사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남동발전의 새 CEO로 정하황 전 한국수력원자력 기획본부장과 장재원 전 한전 전력계통본부장이 선임됐다. 조인국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과 허엽 전 한국남동발전 사장의 임기는 이미 지난 9월 22일 만료된 상태였으나 후임을 선정하지 못해 약 2개월 간 업무를 지속해 왔다.
업계와 정치권에선 공공기관장과 공기업CEO 선임에 있어,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박근혜정부가 후반기로 갈수록 TK·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를 휘두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그간의 인사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정하황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대구에 위치한 사립고등학교인 계성고 출신으로 중앙대를 졸업한 뒤 한국전력공사 기획처장, 한국수력원자력 기획본부장 자리까지 오른 TK 인사다. 장재원 한국남동발전 사장 역시 경북고(대구 소재)를 졸업한 TK 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한 뒤 한국전력공사 전력계통본부장직을 역임했다.
기관장의 경우 현 CEO의 임기가 만료되기 2개월 전쯤부터 공고·서류심사·면접 등의 과정을 통해 후보자를 추립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따라서 최순실 사건이 지난 10월5일 검찰 측에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사건을 형사 8부에 배당하면서 본격화됐던 점을 감안하면 임기가 9월에 만료된 두 공기업 후입 CEO 공백 사태가 최순실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추측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보은 인사를 위해 임기 만료된 공기업 CEO 후임 선정을 지연시키고 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4일 개최된지 이틀(주말 제외) 만인 8일 각 사 주총이 열리면서 이러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보다 이틀 앞서 취임한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역시 당초 9월25일 임기가 만료되는 조석 전 사장의 후임 선정이 늦어지면서 15일 취임식을 가졌다. 이 사장 역시 장재원 사장과 같은 경북고를 졸업생으로 TK 출신, 특히 이 사장의 경우 산업정책실장과 제1차관을 역임한 관료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이미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사장은 변종립 전 사장의 임기가 6월6일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10일 취임식을 가졌다. 변 전 사장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3개월 넘게 대행 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강 신임 사장 역시 TK 출신 인물로 정하황 사장과 계성고 동문 사이며 지식경제부 대변인,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을 지낸 관료 인사다.
한 달 사이 산업부 산하 주요 전력 공기업·준정부기관 27곳 중 4곳의 수장이 TK 인사로 물갈이 된 셈이다.
범위를 조금 더 넓히면 ‘최순실 파문’ 이후 박근혜 정부의 보은인사는 더욱 확대된다.
지난 10월4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여인홍 전 농립수산식품부 차관도 영남출신이다. 동래고(부산 소재)와 서울대를 졸업한 여 사장은 기술고시 19회에 합격해 농촌진흥청 기획조정관, 국립식물검역원 원장,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등을 지낸 관료 출신 인사다.
정승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TK 출신은 아니지만 관료 출신 인사로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본부장,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특시 정 사장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 8월까지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 위원을 맡았던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광주지역 선거대책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어 ‘보은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역시 이상무 전 사장의 임기가 9월15일 만료되었으나 한 달 넘게 대행 체재를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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