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3인 체제에서 단독대표 경영에 나선 이후, 주요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도 여의치 않은 상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박진수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2014년 이후 주요 품목 절반가량의 시장점유율이 쪼그라들고 있다.
우선 석유화학(기초소재) 부문에서 폴리스티렌(PS)은 2014년 시장점유율이 23.1%였으나, 올 3분기에는 21.7%로 1.4%포인트 떨어졌다. 저밀도폴리에틸렌(LDPE)은 같은 기간 하락폭이 3%포인트로 더욱 컸다. PVC와 가소세는 중국 석탄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수요가 늘어 점유율이 상승했다.
신사업으로 삼고 있는 2차전지와 편광판은 시장점유율이 각각 3%포인트 낮아졌다. 편광판의 경우 중국 공장 증설을 재검토 중이라 알려지기도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PS의 경우 ABS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되면서 점유율이 떨어진 것”이라며 “2차전지는 시장이 무르익으면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편광판의 점유율 하락은 업황사이클일 뿐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보긴 힘들다”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 단독 체제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지난 4월 4250억 원을 들여 인수한 농화학 종자업체 팜한농 실적도 나쁘다. 팜한농은 3분기 누적 매출이 51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줄었고, 영업이익은 160억 원으로 73.9% 급감했다.
신사업 제품 점유율 하락과 인수 자회사 부진은 LG화학 수익성을 갉아 먹었다. LG화학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5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는데, 이는 기초소재사업이 1조6300억 원으로 17% 늘었기 때문이다. 전지사업은 -283억 원에서 -456억 원으로 적자가 커졌고, 정보전자소재사업은 1000억 원에서 -567억 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박 부회장 단독 체제 첫해인 2015년 매출은 전년 대비 10.5% 감소했고, 올 3분기 누적도 0.1% 줄었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은 지난 10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는 현재 준비 중인 고부가 제품을 가시화 해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2012년 3인 각자대표(석유화학·정보전자소재·전지) 체제를 갖췄고 2015년 3월부터는 박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3인 체제에서 전지사업을 맡았던 권영수 부회장은 LG유플러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정보전자소재 담당 박영기 사장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 현재 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박 부회장은 석유화학본부장에서 LG화학 단독 대표가 됐다. 당시 이 같은 변화는 시장에서 LG화학의 실적부진 등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박 부회장에게 경영 전반에 대한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LG화학 측도 “업무효율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주 중으로 연말 정기인사를 하는 LG그룹이 재도약을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표 계열사인 LG전자가 3인 체제에서 1인 부회장 체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재도약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1년 앞서 1인 체제로 변화를 선택한 LG화학은 아직까지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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