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최태원 SK회장의 인사철학에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실시한 SK 연말 인사에서 유임된 CEO와 조기 경질된 CEO의 경영실적이 일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성과주의 원칙을 중시해 왔던 SK그룹 인사기조의 틀에 변화가 생긴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데이터뉴스가 최근 실시한 SK그룹 임원인사를 분석한 결과, 임기 만료로 유임된 CEO 5명 중에는 견조한 실적을 거둔 대표가 있는 한편, 매출 및 수익성 감소로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은 이도 2명 있다. 반면 임기를 1년 남기고도 경질된 4명 중 대부분은 견조한 실적을 냈거나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1일 SK 인사에서 임기 만료 후 유임된 CEO는 이재환 SK인천석유화학 사장, 김철 SK케미칼 사장, 김신 SK증권 사장, 임민규 SK머티리얼즈 사장, 함스테판윤성 SK디앤디 사장 등 5명이다.
이중 임 사장과 함 사장은 2014년 1월 취임 후 올 3분기까지 견조한 실적을 냈다. 두 사람 모두 70% 이상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규모도 늘렸다.
김철 사장은 취임 후 지난해까지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40%가까이 감소했지만, 올 들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이뤘다.
하지만 이 사장이 맡은 SK인천석유화학은 2013년 7월 SK에너지에서 물적분할 된 이후 매출이 감소세에 있다. 업황 개선에도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 증가율은 -18%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나마 정제마진이 개선되며 흑자전환으로 돌아선 점은 위안이다.
김신 사장도 올 들어 영업이익이 40% 줄고, 매출도 3% 감소하는 등 부진했지만 유임됐다.
이에 반해 이인찬 사장은 2015년 1월 취임 후 SK브로드밴드가 좋은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이번 인사에서 경질됐다. 지난해 10% 가까이 늘어난 영업이익은 올 들어 65%나 급증했다. 매출 증가폭도 2.9%에서 8.6%로 높아졌다. SK브로드밴드는 최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이형희 SK텔레콤 사업총괄이 맡는다.
백석현 SK해운 사장은 극심한 불황에도 지난해 취임 후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영업이익을 74.6% 늘리며 업계로부터 선방했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 실적은 다시 나빠졌지만 해운업 운임과 벙커링 가격 하락 여파 탓이 크다.
정철길 사장 역시 올 들어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1954년생의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며 세대교체를 원한 최 회장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물러나게 됐다.
문종훈 사장은 SK네트웍스가 최근 발표된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고 재무제표 수치상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한 것은 맞지만, 미래 경영환경 변화에 맞춘 중장기 전략방향성을 수립하고 자동차·정수기 등 렌탈 강화, 패션 사업 매각 등 사업재편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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