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삼성전기가 11년 만에 사상 최저 영업이익을 냈다. 이윤태 사장은 최근 삼성전기 3대째 사장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낸 불명예를 안게 됐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뒷걸음질 쳤다. 영업이익은 3013억 원에서 244억 원으로 91.9% 급감했다. 2005년 426억 원 적자를 낸 이후 11년 만의 최저치다.
2000년부터 살펴봐도 적자를 낸 2005년을 제외하면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가 가장 작았다.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까지 지급한 이자비용 360억 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셈이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동안 1에 미치지 못하면 통상 회생가능성이 극히 낮은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삼성전기의 저조한 실적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배터리 설계결함으로 조기 단종한 갤럭시노트7 여파가 컸다. 문제는 실적과 주가 흐름이 CEO 경영평가의 가장 중요한 잣대임에도 불구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사실상 이를 주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외부에 평가되는 주요 경영평가 수치들이 삼성전자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 사장으로서는 아플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작을 맡고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이 감독을 맡은 결과물의 흥행실패로 외주사가 막대한 손실을 입는 셈이다.
실제로 이 사장은 2015년 3월 취임 첫해 경쟁사인 LG이노텍(사장 이웅범)에 2500억 원 뒤지던 영업이익 규모를 800억 원 많게 뒤집는데 성공했지만, 주가는 되레 하락하며 상장사 CEO로서 주주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2015년 3월 이 사장 취임을 전후해 8만2000원선이던 삼성전기 주가는 그해 말 6만3000원선으로 약 23% 감소했다. 경쟁사를 앞서는 견조한 수익성을 냈음에도 삼성전자의 갤럭시S6 판매동향이 약한 것으로 추정된 탓에 주가는 맥을 못 추렸다. 7월 한때 5만 원대로 추락키도 했을 정도다.
올 들어서도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규명과 소비자신뢰 회복 등으로 차기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8 출시가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삼성전기의 1분기 전망은 어김없이 암울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 이 시장도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지 못했다는 책임이 있다. 취임 전인 2014년 83% 수준이던 내부거래 비중은 2015년 89.9%로 되레 높아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 측은 “갤럭시노트7 사태처럼 외부 요인은 예측 가능하지 않은 변수”라고 인정하며 “그룹사 의존도를 줄이는 것보다는 삼성전자도 하나의 거래선으로 보고 전제척인 파이를 키운다는 전략을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전체 매출의 20%를 중화권 스마트폰 시장에서 달성했고, 올해는 자동차 전장과 반도체패키징 사업이 본격 시작되는 등 전자 의존도도 낮아질 것”이라며 “갤럭시S8이 출시되면 실적도 정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기는 DM(카메라·통신·전원모듈), LCR(MLCC 등 칩 부품), ACI(반도체패키지기판) 등 3개 사업 부문을 영위하는 삼성전자 협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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