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애플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웃듯 이동통신사에 TV 광고비를 전가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업계에선 공정위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사장 박정호)·KT(회장 황창규)·LG유플러스(부회장 권영수) 등 국내 이통 3사가 2009년 말 아이폰을 처음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7년여 동안 애플의 TV 광고비 1740억 원을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가 애플에 지급한 광고비 1740억 원은 업계의 마케팅비용일 수 있으나, 결국 국내 이동통신이용자들이 낸 통신요금에서 나온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요금인하의 여력이 될 수 있는 이익을, 불공정행위에따른 비용으로 애플에 지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애플에 불공정행위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지난해 말에는 공정위가 올 초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란 구체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공식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애플은 정부의 요청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인지 검토하는 등의 입장을 세우고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애플이 이통사에 떠넘긴 TV 광고비는 공정위가 자료 제출을 재차 요구하고, 과징금 부과설이 나온 뒤 오히려 더 커졌다.
지난해 12월 애플은 TV 광고로 62억 원을 집행했는데, 이는 이통사가 자사 광고비로 지출한 금액보다 많다. 같은 달 SK텔레콤은 51억 원, LG유플러스 43억 원, KT 24억 원을 자사 광고로 썼다.
지난 2월에는 이통사가 부담한 애플 광고비가 33억 원이었는데, 2011년 이후 월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공정위가 글로벌사업자에 대해 신중한 접근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공정위는 애플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정위의 사건 조사는 사안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글로벌 사업자의 경우 사실 확인 절차 과정이 적법한 지 고려해야 하고, 반론권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조사를 시작해서 몇 달 내에 결론 내릴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공정위가 지난해 말 퀄컴에게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제한 및 체결 강요를 이유로 1조300억 원의 사상 초유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2011년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국내 포털사들이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급하면서 구글 앱을 사용자가 지울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공정위는 2013년 무혐의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마트폰 제조사와 구글 간 체결하는 불공정한 모바일 앱 유통 계약(MADA) 내용을 공개했지만, 공정위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구글의 끼워 팔기 앱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낸 것과 대조된다. 공정위가 글로벌 기업에 대해 취하고 있는 입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광고비 전가 행위가 바뀌는 게 없을 것 같다”면서도 “아이폰 가입자를 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TV 광고비 전가 외에도 애플이 이통사에 아이폰 공시지원금 분담 거부, 수리비용 지원, 대리점 판매대 설치비 전가, 재고 보상 거부, 최소 발주 물량 설정 등 불공정 갑질 행위를 해 온 것으로 보고 조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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