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후 자율경영에 나선 삼성 계열사 CEO들이 외형성장보다 내실다지기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의 징역 5년 실형 선고로 삼성이 M&A 등 성장 동력 발굴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자율경영 CEO 첫 성적표를 통해서도 일부 확인된 셈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이 부회장 구속 후 삼성 16개 상장사들은 올 2분기(4월~6월) 개별기준 매출 76조3974억 원, 영업이익 9조874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108.6% 증가했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견고한 실적이나 반도체와 갤럭시S8 등 스마트폰 호조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와 전기전자 계열사를 제외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기전자 계열사를 제외한 매출은 31조75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1.6%에 그친다. 사실상 매출이 정체된 것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9961억 원으로 전기전자 계열을 제외해도 62.5% 증가했다. 소위 ‘삼성 후자’로 불리는 계열사들이 수익성 확보에 주력했음을 방증한다.
2분기 삼성 상장사들의 설비투자는 7조4521억 원으로 259.9% 급증했다. 투자 증대 추세는 이 부회장이 옥중 경영을 펼친 탓이다. 이 부회장은 구속 직후 미래전략실을 해체했고, 7월에는 2021년까지 30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투자액이 6조8725억 원으로 298%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조사 결과 2분기 전 세계 반도체 업계 설비투자 규모는 26조6000억 원인데 이중 삼성전자가 28%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2분기 삼성 상장사 중 매출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사장 김태한)다. 매출규모는 1000억 원 미만으로 크지 않지만 2분기 증가율은 33%였다. 이어 삼성전자(대표 권오현‧윤부근‧신종균) 26.4%, 삼성SDS(사장 정유성) 13.6%, 삼성증권(사장 윤용암) 13.5%, 멀티캠퍼스(대표 김대희) 10.1% 등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반해 삼성엔지니어링(사장 박중흠)은 매출 증가율이 -32.8%로 가장 낮았고, 삼성중공업(사장 박대영)도 -16.1%로 부진했다. 이부진 사장이 이끌고 있는 호텔신라도 매출이 8.7% 감소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의 남편인 김재열 사장이 스포츠총괄로 있는 제일기획(사장 임대기)도 매출이 1.1% 줄었다. 2분기 매출이 감소한 계열사는 이들 4곳뿐이다. 다만 제일기획은 연결기준으로 종속법인의 해외실적을 포함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1%, 1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117%로 가장 많이 늘었다. 삼성물산(77.1%)과 삼성화재(51.6%)도 5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이어 삼성SDS 45%, 삼성생명(사장 김창수) 37.6%, 삼성증권(32.4%), 삼성카드(사장 원기찬) 19.4%, 멀티캠퍼스 1.6% 순이다.
삼성SDI(사장 전영현)와 삼성전기(사장 이윤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 부활로 적자가 축소됐다. 삼성중공업은 매출이 두 자릿수로 떨어졌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 했다.
공교롭게도 오너 일가가 몸담고 있는 호텔신라는 매출에 이어 영업이익 증가율도 각각 -19.1%를 기록하며 삼성 상장사 중에서 눈에 띄게 부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적자가 확대됐다.
2분기 투자는 전기전자 계열사 비중이 95.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삼성물산, 호텔신라, 삼성중공업 등이 투자액이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전문경영인 체계가 우수하다고 하지만 CEO의 관할권을 벗어난 총수의 역할은 분명 존재하고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y@datanews.co.kr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