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지난 4월 현대중공업 인적분할 후 존속 및 신설된 4개 상장사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건전성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할 최대 수혜자는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4월 1일 지주사 현대로보틱스를 중심으로 6개사 체제로 인적 분할을 마쳤다. 상장사는 현대중공업(조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을 비롯해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시스템),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사업) 등 4곳이다.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그린에너지사업)와 현대글로벌서비스(선박 애프터서비스)는 비상장사다. 조선, 해운업계 최악의 경영한파를 딛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분할 후 존속된 현대중공업은 6월말 개별기준 유동비율이 99.6%로 우량한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부채비율은 94.4%로 크게 낮췄다. 특히 차입금의존도가 19.5%로 눈에 띄게 개선됐다. 분할 전 현대중공업은 차입금의존도가 27.2%였고, 부채비율은 114%였다. 현금성자산비율도 9.2%에서 분할 후 11.2%로 높아졌다. 2014년과 2015년 적자에 이어 지난해 4배를 기록했던 이자보상배율도 분할 후 7.6배로 좋아졌다. 영업이익률 역시 1.9%에서 2.3%로 소폭 개선되며 분할 효과를 봤다.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과 현대건설기계는 회사의 지급여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이 200% 이상으로 우량하다. 현금성자산비율도 10% 안팎으로 코스피 100 기업 평균(5%)보다 2배가량 높다. 다만 양사의 차입금의존도는 30%대로 높은 편이다. 분할 후 기록한 수익성은 좋다. 영업이익률은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가 각각 6.3%, 8.6%이고 이자보상배율은 6.1과 13.9를 기록했다.
현대로보틱스는 차입금의존도가 41.3%로 다소 높다는 점을 빼면 비교적 안정적이다. 부채비율은 80.6%로 낮다. 다만 과도한 이자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분할 후 이자보상배율은 0.4배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인적분할 당시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의 지분을 13%가량 보유했으나,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사 규제요건 강화에 대응하는 등 안정적 지배력을 갖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지분율을 각각 27.8%, 27.6%, 24.1%로 끌어 올렸다.
이 과정에서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율은 10.2%에서 25.8%로 높아졌다. 당초 정 이사장의 현대중공업 보유 지분율은 10.2%였는데, 인적분할을 통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2배 이상 높아지게 됐다. 분할 전 현대중공업이 가지고 있던 13%가량의 자사주가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큰 힘을 발휘한 셈이다.
게다가 추후 정 이사장이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보유 지분 10%가량을 현물출자하고 현대로보틱스 주식으로 배정받을 경우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은 40%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 재편이 정 이사장의 지배력을 높여 정기선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가 원활하도록 하는 꼼수라는 시각이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 분할로 존속 및 신설된 4개 상장사의 주가는 희비가 엇갈린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은 지난달 28일까지 각각 14.2%, 18.8% 떨어진 반면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로보틱스는 50.8%, 8.1%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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