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대한항공이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를 급격하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개발비 급감 시점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장남 조원태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뒤라는 점이 주목된다.
24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한항공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5년까지 증가해온 대한항공의 연구개발 투자가 2016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한항공의 연구개발비는 2014년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하고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1%를 넘어섰다. 이듬해인 2015년에도 다시 소폭 증가해 매출 대비 비중도 1.06%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6년 연구개발비가 전년보다 100억 원 이상 줄면서 매출 대비 비중이 1%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연구개발비를 전년에 비해 2/3 가량 줄여 매출 대비 비중이 0.47%로 급락했다. 한 해 사이에 줄어든 연구개발비가 약 700억 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국내 대기업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평균 연구개발비는 약 2146억 원이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78%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대기업의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는 전년보다 13.1% 늘었고, 매출 대비 비중도 0.14%p 상승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기술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필수인 사업 환경이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 같은 추세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이 서비스 업종에 속한 기업이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항공 산업이 기본적으로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데다 그동안 꾸준히 연구개발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면서 보잉, 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와 대형 민간 항공기 국제공동개발을 수행해왔다. 특히 근접 감시 무인기,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 사단급 정찰용 무인기, 수직이착륙 무인기 등 각종 무인기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이는 대한항공이 단순히 항공 운송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유·무인 항공기를 아우르는 종합 항공우주산업 선도기업을 지향해온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개발 투자 급감은 이 같은 노력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특히 조원태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시기와 시작점이 맞물린다는 점이 관심을 모은다.
조원태 사장은 2016년 초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에 선임된데 이어 2017년 1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지난해는 조 사장이 대한항공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수익성 개선 등을 통해 대한항공을 이끌 경영능력을 수치로 입증해야 하는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이 대한항공의 연구개발비 급감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 1월 취임 당시 “경쟁이 치열한 경영환경에서 원가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경영 목표의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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