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조용경 객원기자] 늦은 여름 날, 높은 산지의 우거진 숲 속을 다니다 운 좋으면 바다 생물인 쭈꾸미를 닮은 특이한 모습의 예쁜 야생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름도 특이한 ‘뻐꾹나리’입니다.
뻐꾹나리는 외떡잎식물이며,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생김새나 색감은 외래식물이 아닌가 느낌이 들지만 우리나라의 특산종입니다.
이 꽃은 보통 남부와 중부지방 일부의, 중산간 지역의 그늘진 산지에서 높이가 30~100cm까지 자라고, 땅속줄기로 파고 들어 가면서 마디마다 줄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여러 개체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잎은 바소꼴(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의 타원형으로 길이 5∼15cm이며 어긋나기로 나는데, 얼핏 보면 잎과 줄기가 둥굴레와 유사합니다.
꽃은 8월에서 9월초에 걸쳐 피는데, 줄기와 가지 끝에 얼룩얼룩한 반점이 있는 연한 분홍색의 꽃이 위를 향해 한 송이씩 핍니다.
꽃이 완전히 피면 꽃잎이 아래로 젖혀지고, 암술대와 수술대가 밖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꽃잎과 수술은 각각 6개씩이며 암술은 하나인데 암술대는 세 개로 갈라진 다음 각각이 다시 두 개씩으로 갈라집니다.
정설은 아니지만, 꽃잎에 있는 얼룩얼룩한 자주색 반점들이 뻐꾸기의 가슴에 있는 얼룩무늬와 닮아서 '뻐꾹나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도 하지요.
개체수가 많지 않아 희귀식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귀한 꽃을 정말 운 좋게도 무더기로 만난 날도 있답니다.
야생화동호회인들과 2017년 9월 중순에, 전남의 어느 야산으로 야생화 탐방을 나갔는데, 뜻밖에도 7~8월에 핀다는 그 뻐꾹나리가 약간 시들기는 했지만 군데군데 예쁘게 피어 있었습니다.
야생화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 거의 15년이 돼 가지만, 뻐꾹나리는 어쩌다 몇 개체씩을 보았을 뿐인데, 정말 엄청난 행운을 만난 것이죠.
뻐꾹나리의 꽃말은 ‘영원히 당신의 것’ 이라고 합니다. 예쁜 생김새 만큼이나 꽃말도 가슴을 설레게 하네요.
당신에게는 ‘영원히 당신의 것’이 있는가요?
조용경 객원기자/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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