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국내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 등기임원 10명 중 4명은 그룹 내 타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계열사가 각자 고유 사업영역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등기임원 겸직은 충실한 업무수행을 어렵게 하고 결과적으로 주주가치에 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데이터뉴스가 10대 그룹의 상장 계열사의 등기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등기임원의 40.6%가 그룹 내 국내·외 타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GS그룹 등기임원의 겸직비율이 가장 높았다. GS그룹은 6개 상장 계열사 등기임원 18명 중 17명, 94.4%가 다른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나 기타비상무이사, 감사 등을 겸직하고 있다.
GS그룹 등기임원의 겸직비율은 10대 그룹 평균(40.6%)보다 53.8%p나 높은 수준이다. GS홈쇼핑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원종승 정석기업 사장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으로 모든 등기임원이 겸직을 하고 있는 셈이다. GS홈쇼핑은 한진그룹과 택배 배송 등에서 오랫동안 전략적 제휴 관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원종승 사장이 한진그룹을 대표해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GS그룹 겸직임원 중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지주회사 ㈜GS의 정택근 부회장으로, ㈜GS 대표이사 외에도 GS글로벌, GS리테일, GS스포츠, GS이앤알, GS에너지, GS칼텍스, 파르나스호텔 등 7개 계열사에 사내이사 또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GS그룹의 뒤를 이어 두산그룹이 15명의 등기이사 중 9명이 겸직해 60.0%의 겸직비율을 기록했으며, SK그룹과 LG그룹도 각각 52.9%, 50.0%의 높은 겸직비율을 보였다.
SK그룹과 LG그룹도 GS그룹과 마찬가지로 지주회사의 등기임원이 특히 여러 계열사의 임원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주회사 ㈜SK의 사내이사를 비롯해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바이오팜, SK실트론의 기타비상무이사와 SK차이나컴퍼니 디렉터 등 총 6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긴 하현회 부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LG하우시스, LGCNS, LG유플러스, LG상사, LG디스플레이, LG경영개발원 등 6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겸직해왔다.
㈜LG의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을 겸하는 기조가 유지될 경우 하 부회장과 자리를 맞바꾼 권영수 ㈜LG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이미 최근 LG유플러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됐다.
이밖에 한화그룹(43.5%)과 롯데그룹(42.9%)이 10대 그룹사 평균을 웃도는 등기임원 겸직비율을 보였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10대 그룹의 높은 등기임원 겸직비율이 그룹사 체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송민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업마다 사업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이사회는 일반적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럼에도 그룹사 등기임원의 겸직이 많은 것은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선임연구원은 또 “계열사들이 각자 다양한 전문영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겸직은 업무수행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주주가치에 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중 자산 규모 상위 10개 그룹의 최근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공시(2018년 6월)와 2018년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했으며, 이후 발생한 일부 변경내용을 반영했다. 조사 대상 등기임원은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 감사를 포함했으며, 사외이사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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