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먼 여행' 끝에 피어난 별 모양의 작은 꽃 박주가리

번식력이 강해 기대고 올라갈 식물체만 있으면 정신없이 휘감고 올라가 꽃을 피운다. 사진=조용경

[데이터뉴스=조용경 객원기자] 여름부터 초가을에 걸쳐 가까운 산자락이나 제방, 밭 언저리 같은 곳을 거닐어 보세요.

덩굴로 뻗어가면서 그 사이사이에서, 살짝 연분홍빛이 감도는 흰색의, 마치 융단처럼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라일락꽃 비슷한 향기를 내뿜는 별 모양의 작은 꽃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박주가리’라는 특이한 꽃입니다.

박주가리는 쌍떡잎식물로 용담목,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입니다.

워낙 번식력이 강해서, 기대고 올라갈 다른 식물체만 만나면 그걸 의지해서 정신 없이 감고 올라가는 식물이랍니다.

봄이 되면 땅속줄기가 길게 뻗어가면서, 여기서 자라는 덩굴이 길이 3m 정도로 자랍니다.

덩굴을 자르면 흰 젖 같은 유액(乳液)이 나오지요.

잎은 마주나기로 나며 긴 심장형이고, 끝은 뾰족하며 가장자리는 밋밋합니다.

암꽃과 수꽃 등 양성을 지닌 꽃이 있는가 하면, 수꽃 기능만을 하는 꽃송이도 있다고 한다. 사진=조용경

박주가리의 꽃은 양성웅화동주형이라고 합니다. 말이 좀 어렵지요?

박주가리는 암꽃과 수꽃의 양성을 지닌 꽃이 있는가 하면, 수꽃 기능만을 하는 꽃송이도 있다는 뜻이라네요.

박주가리는 농촌, 도시 할 것 없이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서 반으로 쪼개진 열매 속에서 면사 같은 하얀 털에 달린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은 정말 예쁘답니다.

그런 모습 때문인지 박주가리의 꽃말은 '먼 여행' 이라고 합니다. 참 잘 어울리는 꽃말입니다.

박주가리란 이름은 순수한 우리 말로, 아마도 박을 닮은 열매가 쪼개지는 모습, 즉 박쪼가리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열매는 강정, 강장, 해독 작용이 있으며. 허약증이나 발기부전, 폐결핵에도 효능이 있어서 한약재로 쓰인다고 합니다.

박주가리! 얼마나 정겹고 고운 이름입니까…

기억해 두셨다가, 다음에 만나면 가만히 이름을 불러 주세요. 틀림없이 고운 솜털을 한아름 날려보내 줄 테니까요. 

열매는 강정, 강장, 해독 작용이 있으며. 허약증이나 발기부전, 폐결핵에도 효능이 있어 한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사진=조용경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