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선 보해양조 대표, 영업익·당기순익 추락…직원은 권고사직·희망퇴직

과도한 신제품 라인업에 실패한 수도권 공략…전국구 소주에 호남 안방까지 내줄 판

주류제조 및 판매업체 보해양조는 2015년부터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올해로 취임 5년차에 접어든 임지선 대표이사는 작년 말 권고사직과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과도한 신제품 라인업에 수도권 공략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전국구 소주'에 안방까지 위협받는 형국이다.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 넘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임 대표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보해양조의 2018년 잠정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나타났다. 매출은 4년 연속으로 감소세다.

보해양조의 매출이 꾸준히 감소하고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흑자와 적자를 넘나들기 시작한 시점은 임지선 대표 취임 시기와 맞물린다.

임 대표의 임기 첫해인 2015년, 보해양조의 매출액은 1237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 매출은 11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2017년은 직전 연도보다 13.9% 더 줄어든 995억 원이고, 작년 잠정 매출액은 전년보다 17.6% 더 떨어져 820억 원에 그쳤다. 2018년 매출을 2015년과 비교하면 33.7% 대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영업이익은 2015년 81억 원이었는데, 2016년 적자로 돌아서 -60억 원을 기록했다. 이듬해 영업이익은 20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간신히 성공했지만, 작년 잠정 영업이익이 -109억 원으로 적자가 되풀이됐다.

당기순이익 또한 2015년 88억 원에서 2016년 -72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17년에는 107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2018년에 다시 -278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임 대표는 오너 3세다. 임 부사장의 아버지는 임성우 창해에탄올 회장으로, 보해양조 창업주인 故 임광행 회장의 차남이다. 보해양조는 지난 1952년 설립됐다.

젊은 경영인인 임 대표는 취임 이후 ‘부라더소다’, ‘천년애’, ‘아홉시반’ 등 젊은 감성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부라더소다’는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시장에 정착되기 전 바나나, 딸기, 요구르트 등 과도하게 신제품 라인 확장을 단행함으로써 장기흥행에 실패했다.

잎새주보다 도수가 낮은 ‘천년애’, ‘아홉시반’과 같은 저도주 제품들은 수도권 공략은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는 분석도 있다. 수도권 전략에 치중하면서 비용 지출이 늘어난 데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보해양조의 대표 제품인 ‘보해소주’와 ‘잎새주’가 전국구 소주인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롯데주류 ‘처음처럼’ 등에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10년 전 70% 후반에 달하던 보해의 호남지역 점유율은 현재 5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속된 매출 악화와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적자에 고군분투하던 임 대표는 지난해 8월 소주와 복분자주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실적 쇄신에 나섰다. 보해양조는 지역판매용 소주 ‘보해소주’의 출고가를 기존 1116.9원(공병가 100원 포함)에서 1300원(공병가 미포함)으로 올렸고, ‘보해 복분자주’는 출고가를 10% 인상했다. 당시 복분자주 375㎖ 제품은 5000원에서 5500원으로, 750㎖ 제품은 9900원에서 1만89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가격 인상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자 4개월 후인 12월에 결국 조직 통폐합을 단행했다. 지점 통폐합 등으로 새로 개편되는 조직에서 배제된 직원은 자동으로 권고사직 대상이 됐다. 이와 함께 입사 2년 차 이상, 만 58세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는 희망퇴직을 받았다. 보해양조 전체 직원 수는 약 280명으로, 업계는 이번 감원 인원을 10%인 30명 정도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 당시 보해양조는 내부 공지를 통해 “현재 회사 상황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참담한 실적으로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위기상황”이라며 “회사에서도 아픔을 통감하고 있으며 회사를 살리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임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한편 2년여 전 경영실패로 인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보해양조 임원진과 직원들은 자진해서 임금의 10~30%를 반납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지속된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해 연명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데이터뉴스 인맥연구소 리더스네트워크에 따르면 임지선 대표이사는 1985년생으로 미시간대학교 학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이후 임 대표는 파나소닉 인사팀, 제일기획, 창해에탄올 상무이사, 보해양조 전무이사, 보해양조 영업총괄본부 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3월 보해양조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루비 기자 rub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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