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가 교체된다. 각 사의 대표로 내정된 인물은 배재훈 전 범한판토스 사장과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장 부사장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배재훈 전 범한판토스 사장과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장 부사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오는 27일, 29일 진행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성근 내정자는 1957년생으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 뉴욕대 금속공학, 오하이오대 용접공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대우조선공업에 입사, 2004년 대우조선해양 선박해양기술연구소장(상무), 2008년 대우조선해양 미래연구소장(전무), 2013년 대우조선해양 기술총괄을 거쳐 2015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장(부사장)을 맡고 있다.
배재훈 내정자는 1953년 6월, 대구 출생으로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LG전자 정보통신 미주지역담당 상무, 2002년 LG전자 미국 LGEMU 해외법인 법인장, 2004년 LG전자 전략지원담당, OPEN사업담당, 2006년 LG전자 MC사업부 해외마케팅담당, 2008년 LG전자 싱가포르 LGSEL 해외법인 법인장, 2009년 LG전자 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 마케팅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2016년 1월까지 LG그룹 계열사 중 종합물류사인 범한판토스의 최고운영책임자, 사장을 맡았다.
업계에서는 컨테이너 해운업 실무 경험이 없는 인물이 현대상선의 새로운 수장으로 내정되자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경영진 추천위원회는 신임 CEO 선임 과정에서 현대상선의 경영혁신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영업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역량,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지난 2월 14일, 20일에 걸쳐 사임 의사를 밝힌 영향이다. 두 대표는 지난 2018년 3월, 연임에 성공해 2021년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다. 업계에서는 임기가 2년이나 남은 두 대표가 스스로 물러난 데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 지분 13.13%,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가진 최대 주주다. 각 기업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았음에도 불구, 실적이 계속해서 좋지 않은 것이 가장 대표이사 교체카드를 꺼내든 이유로 평가되고 있다.
2018년 기준 현대상선의 실적은 매출액 5조2221억 원, 영업이익 -5765억 원, 당기순이익 -8083억 원이다. 전년(매출액 5조280억 원, 영업이익 -4068억 원, 당기순이익 -1조1907억 원) 대비 매출액은 3.9% 상승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해운업 업계에서 재직한 경험이 30년 이상에 달하는 유창근 대표도 실패한 현대상선의 흑자 전환을 해운업 경험이 없는 배 내정자가 성공할 수 있을 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18년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은 매출액 9조6444억 원, 영업이익 1조248억 원, 당기순이익 3201억 원이다. 각각 전년(매출액 11조1018억 원, 영업이익 7330억 원, 당기순이익 6458억 원) 대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13.1%, 50.4%씩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9.8% 상승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7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년 연속 흑자를 지켜냈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침체기가 끝났다는 얘기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지금도 가까스로 손익분기점 수준이고 약간의 변동 요인만 있으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일 본 계약을 체결한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산하에 4개의 조선사를 운영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둘러싸고 노조와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져가고 있는 것도 이성근 내정자가 짊어져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철회, 임금인상외에도 복지향상,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개선 등을 주요 요구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업은행과의 조선합작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을 R&D 및 엔지니어링 기능을 통합하는 기술 중심회사로 육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 자회사의 컨트럴타워 역할 뿐 아니라 기술 및 엔지니어링 기능을 통합·관리하는 사업형 지주사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