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우리말 '봄까치꽃'으로 불려야 할 큰개불알풀

꽃 지고난 후 열리는 열매 모양에서 붙여진 이름...현삼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

푸른빛인가 보랏빛인가...붙여진 이름과 달리 큰개불알풀은 작고 예쁜 꽃이다. 사진=조용경

이른 봄 날, 제주도나 남녘 시골의 밭두렁 혹은 과수원 언저리 같은 곳을 지나다 보면 푸른 색 같기도 하고 보라색 같기도 한 작은 꽃들이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무리 지어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큰개불알풀입니다. 이름이 참 재미있지요?

꽃이 지고 난 후에 열리는 열매가 개의 음낭(陰囊, 불알)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일본어로는 大犬陰囊이라고 표기를 하는데, 해학적인 맛이 있기는 하지만, 이 일본어 표기를 그대로 번역한 이름인 듯 해서 기분이 조금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이 꽃을 봄까치꽃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참 예쁜 이름 아닌가요?

어감상으로도 그렇고, 일본어 어원을 봐서도 그렇고, 이름을 바꾸는 문제를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큰개불알풀은 이라는 접두어가 붙기는 했어도 사실은 매우 작은 꽃입니다.

큰개불알풀은 현삼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입니다.

땅속 뿌리에서 나온 줄기가 밑동에서 갈라져서 옆으로 옆으로 많은 가지를 치면서 개체수를 늘려 갑니다.

무리지어 피는 모습이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를 떠올리게 만든다. 사진=조용경

잎은 둥글고, 가장자리가 둔한 톱니 모양이며, 양면에는 털이 소복하게 나 있습니다.

꽃은 지역에 따라 3월초부터 피기 시작하며, 늦게는 9월 하순까지도 볼 수 있는데, 제주도나 남해안의 양지 바른 곳에서는 더러 한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참 생명력이 강한 셈이지요.

꽃의 지름은 810mm정도로 작고, 꽃잎은 4개이며 앞쪽의 것이 조금 더 작습니다. 수술2개이고, 암술1개인데, 3~4mm 남짓한 암술대가 오뚝하게 솟은 모양이 앙증맞습니다.

큰개불알풀의 꽃말은 기쁜 소식이라고 합니다. 일부에서 부르는 봄까치꽃이라는 이름과도 잘 어울리는 꽃말인 듯 합니다.

시골에서는 이 꽃을 나물로 먹기도 한답니다.

며칠 전 고등학교 동기들과 경주로 봄맞이 여행을 다녀 왔는데, 가는 곳마다 이 큰개불알풀이 무더기 피어 있어서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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