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 회장의 노익장 혹은 과욕?...33개 계열사 등기이사

8년 간 겸직 19개 늘어, 그룹 계열사 72%에 임원등재…30대 대기업집단 총수 중 압도적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꾸준히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총수가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는 것에 대해 책임경영으로 보기도 하지만, 한편에선 부실한 업무수행에 대한 우려때문에 과도한 겸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최근 공시된 부영의 대규모기업집단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33개 계열사, 재단 등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임원 겸직은 국내 30대 대기업집단 총수 중 압도적으로 높다. 30대 그룹 총수 중 두 번째로 많은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2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올라있다. 통상 30대 그룹 다른 총수들은 겸직을 하지 않거나, 겸직하는 경우도 5개를 넘지 않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부영주택, 무주덕유산리조트 등 17개 국내 계열사와 부영비나, 시엠립 부영C 등 9개 해외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국내 17개 계열사 중 부영, 광영토건, 더클래식씨씨 등 11개 기업은 직접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회장은 또 우정학원, 화산추모공원 등 7개 학교법인 및 재단의 임원도 맡고 있다.

이 회장의 임원 겸직은 기업의 중요 사향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모두 참석하는 것도 벅찰 정도로 과도하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국내 계열사들의 경우 지난 1년간 연간 평균 10회 가량 이사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 회장은 거의 매년 겸직 등기이사직을 늘려 과도한 겸직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와 상반된 모습을 보여왔다. 이 회장이 맡은 등기이사직은 2011년 14개에서 2013년 24개로 2년 만에 10개 늘어난데 이어 2017년 30개로 증가했고, 지난해 다시 33개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부영그룹 계열사 중 이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은 기업 비중도 커졌다. 2011년 이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은 국내 계열사는 5개로 전체 국내 계열사(16개)의 31.3%였으나 올해는 17개로 전체 국내 계열사(24개)의 70.8%까지 높아졌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은 해외 계열사 비중도 2011년 57.1%(7개 중 4개)에서 올해 75.0%(12개 중 9개)로 증가했다. 올해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국내·외 계열사는 부영그룹 전체 계열사의 72.2%에 달한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재판을 받고 있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졌지만, 겸직 등기이사직은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부영그룹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는 징역 5년과 벌금 1억 원이 선고됐고, 지난달 28일 항소심 공판이 시작됐다. 부영그룹은 3명의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해 경영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1970년 대 우진건설산업을 세워 건설사업에 뛰어들었다 부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1983년 부영그룹의 모태인 부영주택흥산을 설립, 재기한 뒤 임대주택에 주력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리조트, 골프장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고,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도 건설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부영그룹은 모든 계열사가 비상장사로, 사실상 이중근 회장 1인 경영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 회장은 부영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부영의 지분 93.79%를 소유하고 있으며, ㈜부영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 부영주택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부영주택은 무주덕유산리조트(74.95%), 부영유통(100%), 비와이월드(100%), 천원종합개발(99.55%), 오투리조트(100%), 더클래식씨씨(99.08%) 등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동광주택산업(91.52%), 남광건설산업(100%), 남양개발(100%), 대화도시가스(95.0%), 부강주택관리(100%) 등의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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