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회장 유력 후보군이 20명으로 좁혀진 가운데 이번에는 내부 출신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영화된 기업에 대해 ‘불간섭’ 원칙을 천명하고, 현재까지 별다른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포스코처럼 내부 인사가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KT이사회 회장후보심사추천위원회는 조만간 4배로 압축한 뒤 최종 후보자를 지명 할 예정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위원회로부터 그간의 활동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주요 20명의 후보군에 대해서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위원회는 회장 공모절차를 마무리한 뒤 지난달 6일부터 한 달여 동안 회장 후보에 응모한 37명의 후보군에 대한 심사를 진행, 17명을 탈락시켰다.
20명의 회장 후보군에 사내 인사로는 구현모 KT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 박윤영 기업고객부문장 등이 선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KT출신으로는 최두환 전 KT종합기술원장, 표현명 전 KT텔레콤&컨버전스 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매스총괄 사장, 김태호 전 IT기획실장(전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비롯 1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외부인사로는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장관, 정동채 전 문화관관부 장관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지배구조위의 명단을 바탕으로 조만간 4배수 안쪽으로 후보군을 압축할 예정이다. 이어 이사회가 최종후보 1명을 선정하고,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적으로 회장을 선임하면 모든 절차가 끝나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KT회장 선정 레이스가 외부인사 대 내부인사의 대결구도로 전개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으나, 현재로선 현직 내부인사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로부터 입김이 없는 상태에서 전직 또는 외부 인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경우 황창규 회장의 영향권 아래 있는 인사가 최종 후보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에대해 KT측은 “황 회장은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 모든 위원회 참석할 자격이 있으나 일체 관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에 어떤 형태로든 황 회장의 영향력이 미칠 것으로 본다.
황 회장은 KT는 회장 선임관련 그동안 정관개정 등 외부입김 차단을 위한 정지작업을 착착 진행시켜놓았다. 특히 현재 이사진이 황창규 회장 재임시절 선임됐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선임 관련 첫 단추인 지배구조위원회 김대유(청와대 전 경제정책수석), 김종구(전 법무부 장관) 장석권(한양대 교수) 이강철(청와대 전 시민사회수석) 등 4명의 사외이사가 최종 선임까지 참여하는 것도 그렇다. 더구나 7명의 사내이사 중 이동면 사장이 회장 후보로 압축됨에 따라, 지배구조위원회 사내이사 몫 1명을 황 회장의 김인회 최측근(삼성출신)이 참석할 수 없는 구조다.
KT는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차기 회장 선정 관련, ‘이사회 및 지배구조 개선작업’안을 통과 시키고, 11월에는 김인회 비서실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경영부문장으로 이동 배치해 이사회 업무를 총괄토록 했다. KT는 정관개정으로 지배구조위원회에 힘이 실었다. 당초에는 이사회 회장후보심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뒤 주총에서 승인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개정된 정관에는 지배구조위원회에서 물색 후보군을 심사한 뒤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이사회 최종 선정을 거쳐 주총에서 승인하도록 돼 있다. KT사정에 밝은 한 고위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기 전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불개입 입장을 뒤엎기 힘들고, 남북관계와 국회의 여야대치 정국 등을 고려할 때 KT인사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KT내부출신이 선임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뜻이라고 해도 간접채널로 뜻이 전달될 경우 이를 받아들일 이사들이 많지 않다”며 “자칫하면 후에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구현모 KT커스터&미디어부문장, 이동면 미래플랫촘사업부문장, 박윤영 기업고객부분장 3인 중 한사람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황 회장 측은 구 사장, 아니면 이 사장이 선임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구 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건이 걸려 있고, 이 사장은 20명 선임 예선에서 브리핑을 잘하지 못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난감한 상황이다. 따라서 박 부문장이 선임되는 이변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인회 사장과 구현모 사장은 현재 KT 경영고문 위촉 과정에서 비서실이 개입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KT는 12월 중순 최종 후보를 선정, 내년 3월 주총에서 승인을 거친 뒤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차기 회장 내정자는 1월부터 인수인계와 함께 인사 조직 전략 등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오창규 기자 chang@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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