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 명예회장 별세

향년 94세…대한민국 화학·전자 산업 중흥 이끌어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10시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 발인은 17일 오전. 

고 구자경 명예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장남으로, 1925년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서 태어났다. 구 명예회장은 LG그룹 창업 초기인 1950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모기업인 락희화학공업에 입사해 45년간 원칙 중심의 합리적 경영으로 LG를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LG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 회장이 1969년 12월 타계함에 따라 구 명예회장은 45세가 되던 1970년 1월 LG그룹의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1970년 1월 취임 당시의 구자경 명예회장 / 사진=LG


구 명예회장은 이후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나라 안팎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화학·전자 산업 강국을 위한 도전과 21세기 선진 기업 경영을 위한 혁신의 시대를 펼쳤다.

특히 구 명예회장은 ‘기술입국’의 일념으로 화학과 전자분야 연구개발에 열정을 쏟아 70여 개의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수많은 국내 최초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 LG의 도약과 우리나라의 산업 고도화를 이끌었다.

▲구자경 명예회장(오른쪽 세번째)이 미국 현지생산법인(GSAI)에서 생산된 제1호 컬러TV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LG


또 과감하고 파격적인 경영 혁신을 추진해 자율경영체제 확립, 고객가치 경영 도입, 민간기업 최초의 기업공개, 한국기업 최초의 해외 현지공장 설립 등 기업 경영의 선진화를 주도했다.

구 명예회장이 25년 간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LG그룹은 매출 260억 원에서 30조 원대로 약 1150배 성장했고, 임직원은 2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증가했다. 주력사업인 화학과 전자부문은 부품소재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해 원천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이루며 현재와 같은 LG그룹의 모습을 갖출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구 명예회장은 70세이던 1995년 스스로 회장의 자리에서 물러나 임종을 맞을 때까지 자연인으로서 소탈한 삶을 보냈고, 인재양성을 위한 공익활동에 헌신했다.

▲연암대 한 켠에 마련된 조립식 건물 내의 작은 사무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이 정도면 과분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 사진=LG


슬하에 장남 고 구본무 LG 회장을 비롯해 구훤미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 고문, 구미정씨, 구본식 LT그룹 회장 등 4남 2녀를 두었다. 부인 고 하정임 여사는 2008년 타계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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