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은행장 선임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 IBK기업은행의 역대 은행장 이력을 분석한 결과, 총 8명 중 5명(62.5%)이 관료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5명중 4명은 행정고시 출신이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의 제청과 대통령 임명으로 행장이 결정되는 국책은행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은행장 선임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곤 했다.
지난 2일 취임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역시 노조측으로부터 낙하산 인사로 비판 받으며 출근저지를 당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대대표의 유감표명 등으로 논란이 수그러들며 취임 27일 만인 29일 사무실로 첫 출근했다.
29일 데이터뉴스가 전자공시시스템에 재무제표를 공시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올해까지 21년간의 IBK기업은행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총 8명의 행장 가운데 5명(62.5%)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내부 출신으로는 김도진(25대), 권선주(24대), 조준희(23대) 행장 등 3명이다.
지난 2일 취임한 윤 행장은 취임 직전인 2019년 6월까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으로 근무했다. 윤 행장은 1960년생으로 경상남도 밀양(PK) 출신이다. 인창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후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대통령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역임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약 1년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으로 활동했다.
기업은행은 윤 행장 이전 3번 연속 내부출신 은행장을 선임하며 '낙하산 인사' 논란을 끊어내는 듯 했다. 김도진 전 행장은 1985년에 기업은행으로 입행했고 권선주 전 행장은 1978년에, 조준희 전 행장은 1980년에 입행한 내부인사로 분류된다.
반면 윤용로 제22대 기업은행장(1955년생)은 1977년 제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인물이다. 2002년 금융감독위원회 공보관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기업은행장으로 선임됐다.
고 강권석 제21대 기업은행장(1950년생) 역시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관료 출신 인사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했다.
또 김종창 제20대 기업은행장은 1970년 제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2000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기업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이경재 제19대 기업은행장은 1961년 한국은행으로 입행해 1997년 금융결제원 원장을 지냈으며 역시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했다.
기업은행은 내부 출신 인사가 은행장으로 선임된 이후 수익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규모가 모두 증가했는데, 주기적으로 실적이 급감했던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말 연결·누적 기준 1조1424억 원이었던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 2018년 2조3964억 원으로 5년 사이 10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규모 역시 8542억 원에서 1조7642억 원으로 106.5% 늘었다.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기업은행의 예상 영업이익 규모는 2조38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이 역시 2013년과 비교하면 108.9% 증가한 상태다. 예상 당기순이익 규모는 1조7235억 원으로 역시 전년보다는 줄었지만 6년 전보단 101.8% 많은 규모다.
이에 따라 신임 윤종원 행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서는 3번 연속 이어 온 내부 출신 CEO 선임 관례를 깨고 다시 외부관료 출신 인사가 취임한 만큼, 기업은행에도 변화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윤 행장이 기업은행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내부출신 CEO들의 경영실적을 뛰어 넘는 경영능력을 통해 낙하산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박시연 기자 si-yeon@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