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심붓꽃은 줄기 끝에 매달려서 피는 보라색의 별처럼 생긴 꽃이다. 사진=조용경
지난 5월 하순, 서해의 외딴 섬 어청도의 야산을 트레킹하다가 뜻밖에도 보라색 별처럼 생긴 작은 꽃 무더기를 발견했습니다.
놀랍게도 제주도의 몇몇 오름에서만 피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등심붓꽃'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심붓꽃을 만나니 너무도 반가워서, 한동안 그 모습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등심붓꽃은 외떡잎식물이며, 백합목 붓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북아메리카 지역이 원산지이며, 햇살이 좋고 물 빠짐이 좋은 한라산 자락에 정착해서 사는 귀화식물입니다.
꽃도 예쁘지만 그래서 만나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 꽃이랍니다.
등심붓꽃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이며 제주도에 정착한 귀화식물이다. 사진=조용경
잎은 뿌리 쪽에서 나옵니다. 길이 4~8cm, 폭 2~3mm 의 끝이 뾰족한 창 모양으로 자라며 가장자리에는 미세한 톱니가 있습니다.
줄기는 잎 사이에서 나오고, 약간 편평한 모양으로 10~15cm까지 자랍니다.
5~6월에 연한 보라색인 직경 1.5cm 정도의 꽃이 줄기 끝에 달린 2개의 포(苞) 사이에서 예쁜 별 모양으로 핍니다. 더러는 흰색의 꽃이 피기도 합니다.
꽃잎은 여섯 장이며, 끝이 뾰족한 달걀형입니다. 꽃 안쪽에 3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고, 그 아래 작고 둥근 씨방이 꼭꼭 숨어 있답니다.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의 모습이 호롱불의 심지를 닮았다고 하여 등심붓꽃으로 불린다는데, 안타깝게도 꽃이 하루만 피고 져버리는 일일화입니다.
그러나 하루 동안 활짝 피어있던 꽃들이 지더라도, 주변에서 다른 꽃들이 계속해서 피어나기 때문에 한동안은 그 화려한 자태를 계속해서 볼 수 있답니다.
등심붓꽃은 최근 서해의 섬 어청도에도 자생하는 것이 확인됐다. 사진=조용경
등심붓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 입니다.
꽃의 자태가 매우 화사하기도 하지만, 제주의 오름에서 무더기로 핀 모습을 보면 저절로 기쁨의 미소를 떠올리게 된답니다.
제주도에서 장기간 목회를 했던 수필가 김민수 목사님은 “단 하루를 살아도 /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야 하는 거라고 / 단 하루를 살아도 / 그렇게 봄을 노래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라고 / 그래서 너는 또 내게로 와서 / '기쁜 소식'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5월의 한라산 자락을 거닐면서 이렇게 낮은 곳에서 전해주는 '기쁜 소식'을 꼭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