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질빵은 다른 나무나 식물들을 타고 올라가며 눈내린 것처럼 뒤덮어 버린다. 사진=조용경
얼마 전 장모님의 고향인 화천의 산간도로를 달리다가 길 양쪽의 나무들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새하얀 덩굴 꽃들을 보았습니다.
나무들을 온통 뒤덮다시피 내려앉은 눈 같기도 하고, 무리 지어 핀 모습이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보이기도 하는 하얀 꽃들이 기막히게 예뻤습니다.
'사위질빵'이라는 꽃입니다.
'사위질빵'은 덩굴식물로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쌍떡잎식물이지요.
우리나라 전 지역의 햇볕이 잘 드는 야산이나 얕은 계곡, 혹은 들판의 풀숲에서 한여름 동안 긴 덩굴을 따라 하얗게 무리를 지어서 피는 꽃입니다.
사위질빵은 목본성 덩굴식물로 길이가 3~8m까지도 자란다. 사진=조용경
사위질빵은 목본(木本)성 덩굴식물입니다. 길이가 3m에서 8m 정도까지도 자라는데, 덩굴은 툭툭 잘 끊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뻗어 올라가는 덩굴을 따라 세 개의 잎이 마주나기로 달리며, 잎은 2~3갈래로 깊이 갈라지고, 가장자리에는 뾰족한 톱니가 있습니다.
꽃은 7월에서 9월 초까지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흰색의 양성화가 원추형으로 모여서 달립니다.
4장의 꽃잎이 십자가형으로 펼쳐지고, 넓은 바소꼴로서 지름 13∼25mm이며 암술과 수술은 수가 많습니다.
사위질빵의 꽃잎은 네 장이며, 양성화로서 수술과 암술이 매우 많다. 사진=조용경
줄기가 쉽게 끊어지는 특성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습니다.
예전에 가을걷이를 도와주기 위해 온 사위의 고생을 안타까워한 장모가 사위가 무거운 볏짐을 지지 못하도록 쉽게 끊어지는 이 덩굴로 지게의 질빵을 만들어 주었고, 이를 본 동네 사람들이 사위를 비아냥거렸다 하여 사위질빵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꽃말은 '비웃음'이라고 하네요.
야생화 시인 김승기는 “사위의 어깨 위에 / 무거운 짐 올리지 마세요 / 구부정한 등에 매달린 / 약하디 약한 질빵끈 끊어질까 안타깝네요 / 아무리 여성상위 시대라 해도 그렇지요 / 늙고 병든 제 부모는 나 몰라라 외면하고 / 마누라 눈치 보며 처갓집만 위하는 / 이 세상의 남자들, / 불쌍타는 생각은 안 드는가요” 라며 요즘 세태에 빗댄 시를 썼습니다.
뿌리는 백근초(白根草)라 하며, 요통과 중풍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줄기와 뿌리를 약재로 사용해 왔다고 합니다.
문득 못난 사위 걱정 무던히도 해 주시던 장모님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