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애물단지 드릴십에 쌓이는 적자 부담

주요 조선사 중 해양플랜트 재고자산 가장 많아…1분기 2140억원 평가손실


삼성중공업의 영업손실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드릴십 재고자산에 발목을 잡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14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중공업의 잠정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5068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누적 손실은 3조9656억 원에 달한다.

2014년 국제유가 하락 이후 애물단지로 전락한 드릴십이 영업손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발주처가 인도를 거부한 드릴십 5기를 재고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미국 퍼시픽드릴링, 노르웨이 시드릴, 그리스 오션리그(현 트랜스오션)가 발주한 드릴십이다.

올해 1분기 재고자산 관련 손실은 2140억 원으로 집계됐다. 단순계산하면 올해 1분기 영업손실 중 42.2%가 재고자산 평가손실에서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유럽계 매수처와 드릴십 3척 매각에 합의했지만, 지난달 말 계약금 입금 기한이 경과해 계약이 불발됐다. 

삼성중공업은 주요 조선사 중 드릴십 재고자산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4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척은 시추선사 발라리스가 정상적으로 인도하기로 하면서 리스크가 해소됐다. 다만 노던드릴링이 매입한 드릴십 2척은 아직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수 년간 리스크 회피를 위해 해양플랜트 사업규모를 축소해왔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매출(1조5746억 원)이 1년 전보다 13.8%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고정비 부담도 커졌다. 조선업계는 타 산업에 비해 인건비, 판관비,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다. 일감이 줄고 매출이 감소하면 고정비 부담이 높아진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 강재 가격이 상승한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강재 가격 인상폭이 당초 예상을 상회해 1190억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흑자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간 진행해온 저가수주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수주 감소 탓이다. 조선업계는 수주 이후 건조까지 2년여가 걸리기 때문에 영업실적 반영까지 2~3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삼성중공업은 장기간 누적된 적자로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지난 3월 말 부채비율이 262%에 달하고, 자본총계가 자본금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부분자본잠식 발생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의 수주 확대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여신거래 제약 발생 가능성이 커졌했다.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액면가 감액(5:1) 방식의 무상감자를 실시하고, 약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오는 6월 2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감자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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