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대내외적 위기에 CEO 인사폭 크지 않을 듯

임기 만료 CEO, 대부분 영업이익 개선세…데이터센터 화재, 박성하 SK C&C 대표 거취 주목


SK그룹 연말 인사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불안한 경영 환경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소폭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적이 크게 나빠진 일부 계열사 CEO와 화재 사고 등으로 이미지 타격을 받은 CEO의 재신임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해 인사위원회를 새롭게 설치하고 각 관계사의 이사회가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11월 한 달 동안 CEO들의 연간 성과를 평가한 후 12월 초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발표한다.

2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SK그룹 상장게열사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CEO가 이끌고 있는 기업들의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개선세를 보였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장동현 대표와 박성하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SK㈜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조49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조3548억 원) 대비 95.1%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 등 자회사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늘렸다.

다만, 박성하 대표의 연임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 대표는 SK C&C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최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서비스 중단과 관련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정유사업 확대를 기반으로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정제마진이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치솟았다. 누적 영업이익은 1조8039억 원에서 4조6822억 원으로 159.6% 늘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2050년 넷제로를 뛰어넘는 ‘올 타임 넷제로’ 비전을 선포하는 등 지속가능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올 타임 넷제로는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62년, 회사 설립 후 배출해 온 모든 탄소를 상쇄하겠다는 선언이다. 아직 시나리오가 구체적이진 않지만, 탄소포집 등 친환경 기술 고도화를 통해 누적 탄소 배출량을 상쇄시킨다는 계획이다.


박상규 SK네트웍스 대표는 단독 대표 체제를 무난하게 넘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017년부터 최신원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를 꾸렸다. 하지만 지난해 최신원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본래 상사업을 진행하던 SK네트웍스는 낮은 수익성을 극복하기 위해 종합렌탈업을 돌파구로 정했다. 올해는 주력사업인 렌탈사업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실적호조를 이뤘다. 누적 영업이익이 1212억 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1007억 원) 대비 20.4% 늘었다.

SK네트웍스에서 분리해 2020년 초 정식 출범한 SK렌터카도 호실적을 거뒀다. SK렌터카는 황일문 대표 체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황 대표가 취임한 2021년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7% 증가했다. 이어 취임 2년차인 올해는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이 834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731억 원과 비교해 14.1% 늘었다. 황 대표의 임기는 2024년 3월 만료될 예정이다.

윤병석 SK가스 대표도 올해는 합격점을 받아들었다. SK가스는 지난해 국제 가격 상승을 판매분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임기 만료를 앞둔 올해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28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78억 원)보다 94.1% 증가했다. 국제 LPG 가격과 환율이 상승한 데 영향을 받았다.

김철‧전광현 대표 체제를 꾸린 SK케미칼은 자회사들의 부진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하지만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는 634억 원에서 821억 원으로 29.5% 증가하며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둔 김 대표가 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노재석 대표와 조정우 대표가 이끌고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SK바이오팜은 올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각각 420억 원과 865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유럽 전력난으로 인한 공장 전력비 상승과 중국 분리막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남은 4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SK바이오팜은 광고비 등 비용 증가의 영향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백신 전문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수익성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063억 원으로, 전년 동기(2203억 원) 대비 반토막났다. 백신 개발속도가 바이러스의 변이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백신 수요가 줄어든 데 영향을 받았다. 

올해 초 대표이사 선임 등 변화가 발생했던 계열사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먼저 올해 초 곽노정 대표를 선임하며 기존 박정호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를 꾸린 SK하이닉스는 비교적 선방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조7078억 원으로, 전년 동기(8조1908억 원) 대비 6.3% 늘었다.

반도체 업계 한파 영향으로 제품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 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주력 제품의 수율이 개선됐고, 솔리다임의 실적이 더해진 게 주요 플러스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하반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면서 향후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올해 3분기까지 1조357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21년 동기(1조1629억 원)과 비교하면 16.7% 증가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유무선 등을 중심으로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등 신성장 사업 영역에서 성장을 이어갔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SK디스커버리도 자회사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영업이익(1007억 원→2061억 원)을 늘렸다. 자회사들은 친환경소재, 제약, 가스, 부동산개발, 혈액제제사업 등을 하고 있다. 

그룹 내 혁신 소재를 담당하는 중간지주사로 전환된 SKC는 영업이익이 줄었다. 올해 화학사업이 부진했던 데 직격탄을 맞았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021년 3031억 원에서 2022년 2446억 원으로 19.3% 감소했다. SKC는 올해 초 박원철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2차전지 등 ESG 비즈니스 모델 중심의 사업구조 확립을 꾀하고 있다.

김동훈 대표가 취임한 드림어스컴퍼니도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드림어스컴퍼니는 음원 플랫폼 플로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플로를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하면서 초기 비용이 들어간 데 영향을 받았다.

SK디앤디(363억 원→688억 원)과 나노엔텍(35억→37억 원)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에스엠코어도 적자를 털어내고 18억 원의 흑자를 거뒀다. 반면, 인크로스는 152억 원에서 126억 원으로 17.1% 감소했다.

한편, SK그룹의 올해 연말 임원 인사가 계열사들의 재무‧자금 관련 경영진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태원 회장이 10월 진행된 CEO 세미나에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데이터 기반의 경영전략 실행이 중요해 질 것”이라고 CFO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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