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침체 지속될 듯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가장 민감한 곳 중 하나가 부동산시장이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이 내년
이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별 부동산시장은 어떻
게 변할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가장 민감한 곳이 서울 강남권 부동산시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장이 침체
기에 접어든 데다 앞으로 쏟아지는 아파트 물량이 강남의 모습을 변모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

실제 내년 강남권에 쏟아지는 아파트만 2만가구가 넘는다. 7월 잠실주공 2단지 5563가구, 8월 잠실주
공 1단지 5678가구, 9월 잠실시영 6864가구, 12월 서초구 반포주공 3단지 3410가구 등이 대표적인 단
지들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흐름은 2009년 봄 반포주공 2단지 2444가구, 판교신도시 1만6000가구로 이어진
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는 “2008년부터 이어진 아파트 공급이 2009년 하반기로 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많아져 장기간 가격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물론 강남권 집값이 언제까지 잠잠할 것이란 전망은 금물이다. 대선 이후 시장변화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 속에 집값의 바로미터인 재건축시장이 서서히 요동치고 있기 때문. 봉준호 대표는 “내년 상반
기에는 각종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지 못한 채 기대감만으로 버티는 장세가 나타나면서 실수요자들이
강남 진입 기회를 노리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힌다.

■ 강남권은 공급 물량 급증이 변수 ■

강남권이 숨죽이는 장세를 보인다면 비강남권은 새로운 전성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올해는 ‘강북권
아파트 약진’의 한 해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년간 강남권
에 소외받던 설움을 떨쳐버리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무엇보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 아파트가 소외된 데 반해 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북으로
수요가 크게 몰렸다. 뉴타운, 경전철 사업, 드림랜드 공원화 등 잇따른 개발호재 역시 비강남권 아파
트 가격 상승을 거들었다.

길진홍 부동산뱅크 팀장은 “내년에도 강북권 아파트 강세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뉴타운,
경전철로 대표되는 강북권 초대형 개발사업이 초기 단계이고 주거 및 도시 정비 사업으로 주변 인프
라 확충이 진행되면서 강북권의 입지 메리트는 계속 커질 전망”이라고 밝힌다.

물론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 단기간 내 가격 급등 폭이 컸던 만큼 일부 지역의 경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면서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강북권에서도 호재가 적고 편의시설이 열악한 동대
문, 중랑구 등은 오히려 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반면 개발호재가 집중되고 있는 서대문, 은평, 노
원, 도봉구 등은 강북권 ‘신(新)버블세븐’으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가 많다.

길진홍 팀장은 “강북권 내에서도 지역별 차별화 장세와 함께 수요가 취약한 중대형 아파트 거품이
걷힐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다.

■ 수도권 소폭 상승세 보일 듯 ■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입지가 비교적 약한 신도시 집값이 하향곡선
을 그리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내년부터 경기 남부권 핵심 입지에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들어
서면서 실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용인시에서 ‘2020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개발 밑그림을 그린 용인 구
시가지가 핵심 단지로 꼽힌다. 신분당선 연장구간 역세권 편입과 함께 광교신도시 수혜가 예상되는
수원 역시 함께 부각될 전망이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과장은 “용인 구시가지나 수원 우만동 일대가 새롭게 부각되는 등 2~3년 뒤 지하
철이 개통되는 수도권 지역이 내년에 특히 주목받을 것”이라고 밝힌다. 지방 부동산시장은 올해 최
악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내년 상황 역시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이유는 뭘까.

우선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고 있다. 건교부에 따르면 올 8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은 9만1714가구로
전월보다 1056가구 증가했다. 이는 98년 미분양 주택 물량 10만2701가구에 이어 9년 만에 최대 규모
다. 심지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까지 급증 추세다. 건설사들의 재무 압박이 갈수록 커지면서 지방
건설사들의 부도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올 4분기 분양 물량이 20만
가구에 이르고 있고 내년에도 상당한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내년 상반기 미분양 주택 수가 최고치
에 도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둘째,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다. 건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7.1%다.
수도권은 96.9%임에 반해 지방 평균 주택보급률은 126.6%로 훨씬 높다. 이렇게 지방 주택보급률이 높
은 상황에서 수요는 줄고 공급이 늘다 보니 미분양 물량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남수 팀장은 “젊은 세대가 수도권으로만 몰리고 주택 구매 실수요층인 40~50대 인구 수 역시 감소
하는 등 지방 주택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만 늘고 있어 당분간 지방 부동산 경
기는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힌다.

【 상품별 전망 】

◆ 근린상가·충남권 토지 주목해야

= ‘아파트 시대는 갔고 짭짤한 부동산 상품이 없을까’. 올해는 무엇보다 수익형 부동산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해였다. 특히 상가의 경우 매월 임대수익이 나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노후 대비 부동산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까.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내년에도 주식시장 강세가 이어져 상가로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면서 상가시장은 전체적으로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다. 다만 상가 종류별로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유형별로 보면 단지 내 상가는 내년에도 대규모 배후가구를 두고 있는 상가를 중심으로 안정적 인기를 유지할 전망이다. 실제 김포 장기지구 주공 단지 내 상가는 내정가의 306%에 낙찰됐고 남양주 가운지구 주공 단지 내 상가도 222%에 낙찰되는 등 고가 낙찰 상가들이 줄을 이었다.

근린상가 역시 유망 택지지구 물량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았다. 물론 동탄신도시 중심 상업용지 내 근린상가나 장지·발산지구 등의 물량에 쏟아졌던 관심에 비하면 분양률은 저조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선종필 대표는 “김포 장기지구, 성남 도촌지구, 화성 향남지구 등 유망 택지지구를 비롯해 신설 역세권 등 새로운 상권 형성지역 근린상가에 투자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지의 경우 그동안 부동산 규제가 집중 포화돼 맥을 못 췄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호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국지적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수도권의 절대농지 같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혜 토지, 도로 인프라가 개선되는 곳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조선경기가 좋은 경남·전남 해안가 주변 토지, 철강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된 충남 인근 토지, 그린벨트가 많은 한강 이남 수도권 토지 역시 유망하다.

한광호 시간과공간 사장은 “지역별로 산업단지가 몰린 지역의 토지를 노리는 한편 정부가 임대 아파트 건설을 위해 규제를 풀 것으로 보이는 그린벨트 부지를 확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밝힌다. 경매시장 역시 전망이 밝다. 내년에는 경매물건 수가 증가하고 경매에 참여하는 응찰자 수도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처분조건부 대출, 대출한도 축소, 금리 인상 등의 규제로 인해 대출 연장 또는 이자 납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무자들의 매물이 경매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특히 아파트 등 주거용 매물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이후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으나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대출 부담은 가중됐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구입한 주택 대부분이 실제 경매시장에 등장하는 시기가 대략 1~2년 뒤이므로 내년에는 이에 따른 매물이 급증할 것이란 얘기다. 강은 팀장은 “올해 지역 랜드마크 개발이나 재개발, 뉴타운 등 호재가 있는 곳에서 연립, 다가구주택 경매에 많은 응찰자가 모였는데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무용 시장은 공실률 감소세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지역 프라임오피스 공실률은 2003년 3.1%, 2004년 4.1%, 2005년 4.7%로 상승 추세를 나타내다 지난해 3.3%로 하락 반전했다. 특히 올 4분기 공실률은 약 1%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희 BHP코리아 상무는 “서울 프라임오피스 공급 부족 추세를 고려하면 내년뿐 아니라 2009년에도 공실률은 2% 미만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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