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차기 우리은행장에 내정됐다. 조 내정자는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 개선과 기업금융 성장, 계파갈등 해소에 주력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1분기 2조 원에 육박한 순이자이익을 거뒀지만, 비이자이익은 2000억 원을 조금 넘기는데 그쳤다. 기업금융에서 큰 성과를 보였던 조 내정자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께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오래 묵은 파벌 갈등도 해소가 될지 주목된다.
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우리은행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분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7194억 원에서 올해 8651억 원으로 20.3% 증가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부문은 기업금융으로 34.1%(3679억 원→4934억 원) 늘었다. 이 부문은 대·중소기업, 기관고객에 대한 여수신 업무와 수출입 및 관련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금융 성장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목표이기도 하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식서 "우리금융이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기업금융의 명가로 인정받아 왔다"며, “이러한 평가를 소중한 자산으로 여겨 더욱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기업금융 시장의 강자로 거듭나자”는 당부도 전했다. 우리은행은 본래 기업금융으로 이름을 날리던 한일·상업은행이 통합돼 탄생했다.
개인금융부문(개인고객에 대한 여수신 및 금융관련 서비스)의 당기순이익은 2381억 원에서 3118억 원으로 31.0% 상승했다.
이외 투자금융과 자금시장은 43.3%, 34.1%씩 줄어 421억 원, 81억 원을 기록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임 회장이 도입한 64일간의 은행장 선정 오디션 프로그램서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은행장으로 낙점하며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조 내정자가 최종 후보로 발탁된 주요한 배경은 '기업금융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다. 조 내정자는 2022년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을 역임하며 중소기업 육성 분야에서 결실을 맺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한 공로로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상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조 후보자는 기업금융 강자로 우리금융을 도약시키겠다는 임종룡 회장과 원팀을 이뤄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조 내정자는 차기 행장으로 선발된 소감으론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名家)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며, 임종룡 회장님과 함께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조 내정자가 취임 전이고 내정된지 얼마 되지 않아 계획을 발표하기엔 시기가 이르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업금융 성장 뿐만아니라 비이자이익개선과 계파갈등 해소 또한 조 내정자가 풀어야 할 주요 과제다.
우리은행의 올 1분기 비이자이익은 2170억 원, 순이자이익은 1조89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자이익은 대출 등 금융상품을 통해 얻은 수익에서 이자 비용, 예금 이자 지급 등 지출을 제외한 익이다. 비이자이익은 이자수익 이외의 이익이다. 예금·대출·카드 수수료, 외환 거래 이익, 투자 이익 등이 있다.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화 구조는 국내 은행의 고질적인 문제다. 한쪽으로 치우쳐진 수익 모델은 실적이 악화될 위험성이 더 높다.
한일은행와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된 이 은행은 출신은행에 따른 파벌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다. 조 내정자는 계파에서 자유로운 임 회장과 함께 오랜 불화를 소멸시켜야 한다.
한편, 조 내정자는 1965년생으로 관악고등학교와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92년 상업은행 입행 후 우리은행 상일역지점장(2011년),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2012년), 준법감시인 상무(2018년), 기업그룹 집행부행장(2022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2023년 3월)를 역임했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