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째 정치·시사 컬럼을 써 온 류순열 기자의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엉터리 보수 무늬만 진보 가짜 이념의 나라’는 저자가 수백 건의 정치·시사 컬럼에서 선별한 70개의 글과 조순, 박승, 김종인 등 국내 명사 10명의 인터뷰, 그리고 24개의 ‘1000칼럼’이 담겼다.
저자의 글은 좌와 우 또는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가르는 진영논리와 허구성을 겨냥한다. 그래서 과녁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 화살처럼 일점돌파하는 저자의 글은 신랄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둘 중 하나를 강요하는 이분법과 이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는 폭력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진단은 양극단의 이념전쟁과 두 진영 간의 소모적 정쟁이 백해무익한 기만일 뿐이라는 현실 인식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또 정치의 최종 결과물은 이념이 아닌 정책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빛바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상식과 실용이 균형잡힌 세상으로의 지향점을 제시한다.
1~7장은 각각 10개씩의 칼럼을 편재해 과거사 청산, 우리 사회 보수의 민낯, 윤석열 정권의 파행, 문재인 정권의 실정, 상식과 실용, 신자유주의의 허구성, 부동산공화국의 실상 등의 주제를 담았다. 8장은 각 분야 거물 및 전문가 10명과의 밀착 인터뷰 전문을 실었으며, 9장에는 해당 시기의 시의성 있는 이슈 24개를 1000자의 짧은 비평으로 압축했다.
“보수도 진보도 오염됐다. 보수 가치를 짓밟는 보수, 기득권에 빨대 꽂은 진보가 다 무슨 소용인가.” 서문에서 표현한 것처럼 저자의 칼날은 보수 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이분법 사회구조를 강제하며 비리와 반칙을 일삼고 있는 거대 양당의 정치세력과 권력 엘리트 집단을 정조준한다.
저자의 펜 끝의 일관성은 ‘오늘의 정치권력’에 대한 파상적인 비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검찰권력 확장이 윤석열의 법치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가짜 공정, 가짜 정의의 끝은 어디인가’ 등의 칼럼 제목에서 드러나듯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직설로 넘쳐난다.
저자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도 빼놓지 않는다. 특히 진보 진영으로 구분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에서도 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이 책은 망국적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진단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저자는 최악의 양극화 도시가 서울이며, 그 중심에 미친 집값의 상징 아파트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욕망이 아파트로 질주하고 미친 집값은 다시 욕망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반복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의 극단적 단면이라는 시선을 숨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울타리 밖으로 내쳐진 무주택 서민의 좌절과 미래세대의 절망을 염려하고 있다.
24개의 1000자 칼럼은 제한된 지면의 긴장감 속에 압축적인 시사비평을 유연하게 구사한 저자의 독특한 글쓰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은 즐거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1992년 세계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 경제부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현재 UPI뉴스 부사장 겸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