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에 전시 중인 불교 미술품 전경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호암미술관의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 일반 관객은 물론 전세계 전문가들의 관심과 호평 속 관람객 6만 명을 돌파했다고 4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연꽃처럼'이 2023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낡은 건축물을 새롭게 고치는 것) 이후 호암미술관의 첫 고미술 기획전이자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의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본격 조명한 세계 최초의 전시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개인 소장가로부터 대여해 온 '백제의 미소'인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국내에서 일반인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고려시대 국보급 작품 '나전 국당초문 경함'은 전 세계에 6점만 남아있는 진귀한 명품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도 함께 전시됐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아미타여래도', '석가여래설법도' 등 4점도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최초로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호암미술관이 이번 기획전의 기획과 전시에 5년의 시간을 들였다고 밝혔다.
전시에 포함된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수월관음보살도' 같은 고서화는 자국 소장처에서도 자주 전시하지 않고 한번 전시되면 상당 기간 작품 보존을 위해 의무적인 휴지기가 있다. 그만큼 전시되는 기회 자체가 드물다.
삼성전자는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에 소재한 27개 컬렉션에서 불교미술 작품 92점(한국 48, 중국 19, 일본 25)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92건 중 한국에 처음 들어온 작품은 47건이다.
'연꽃처럼' 기획전은 지난 3월 27일 개막 후 지난달 말까지 총 6만 명이 관람해 하루 평균 관람객 수가 1000명이 넘었다. 오는 16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해 만난 주요 외빈들과 이번 전시를 5번 관람하며 한국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삼성의 노력과 기여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함께 방문한 일행들에게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을 확대해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돋보기'를 직접 시연했다고 설명했다.
이솔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미술학과 교수는 "불교미술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공간 연출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곡선으로 연출한 관음보살도 공간에 이어 직선으로 구획된 백자 불상(백자 백의관음보살 입상) 공간이 이어지는 연출이 현대미술 전시장을 보는 것 같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 곳에서 보기 힘든 불교미술의 명품들"이라고 말했다.
이데 세이노스케 일본 규슈대 교수는 "귀중한 작품들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재회해 한 자리에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었다"며 연구자들의 염원을 이뤄준 전시회"라고 말했다.
호암미술관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1982년 4월 22일 개관했다.
삼성전자는 호암미술관 설립이 해외에 유출된 귀중한 민족문화의 유산을 수집∙보호하기 위한 이병철 창업회장의 의지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창업회장은 또 개인적으로 모아 왔던 문화재 1167점(국보·보물 10여점 포함)을 1978년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철학을 토대로 '이건희 컬렉션'에는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해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 선대회장의 개인 소장품 중 2만300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삼성전자는 유족들이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 선대회장의 말씀을 이행하는 것이 고인의 뜻을 기리는 진정한 의미의 상속이라는 데 뜻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