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가 KT가 소유한 3조 원 규모의 호텔을 줄줄이 매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이 당시 특별한 이유도 없이 KT 부동산을 대량 매각한 데 이어 다시 이런 사태가 일자, KT 안팎에선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당시 이 회장은 KT가 소유한 위성까지 팔아먹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1일 데이터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KT가 이번에 매각을 추진하는 호텔은 강남구 ‘안다즈 호텔’과 송파구 ‘소피텔 엠배서더 호텔’, 중구 ‘노보텔 엠배서더 서울 동대문’, 중구 명동의 ‘르메르디앙&목시 명동’, ‘신라스테이 역삼’ 등이다. 또 대구 수성구, 충남 아산 등 근생빌딩 등도 매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호텔은 입지가 좋아 영업도 상당히 잘 되는 곳이다. 서울의 경우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 역삼만 빼고 모두 5성급 호텔이다.
KT그룹은 최근 삼정KPMG, 에버슨영, 컬리어스코리아 컨소시업을 매각자문사로 선정하고 대규모 부동산 유동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KT 현 경영진은 매각 현금을 확보해 인공지능(AI) 등에 투자,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운다는 입장이다.
KT는 그동안 자회사 KT에스테이트를 통해 유휴 부동산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고급호텔을 늘려왔다. 옛 전화국 부지 등을 개발해 호텔을 지어왔다. KT에스테이트는 부동산 개발을 주도해 KT 전체 영업이익의 10%를 상회하는 수익을 창출해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KT에스테이트의 호텔 부문 매출은 2020년 297억 원, 2021년 497억 원, 2022년 1279억 원, 2023년 1836억 원으로 증가했다. 2024년은 20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내 호텔들은 코로나 이후 관광객 증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계 투자사들은 앞다퉈 한국의 호텔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 그랜드하얏트(7300억 원)와 콘래드 서울(4150억 원) 등은 새주인을 맞았다.
이와 관련, KT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부동산 자산은 KT 비통신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해온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의 본질은 당기순이익 확대와 주주배당을 통해 경영진이 ‘재신임’을 얻기 위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유동성 자금이 100% 넘는 데도 알짜배기 부동산을 매각하는 이유가 따로 있지 않느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KT 일각에서는 “외인부대 CEO가 올 때마다 ‘알짜배기’를 팔아먹으면 결국 껍데기만 남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앞서 LG출신인 김영섭 대표는 지난해 12월 KT에스테이트 CEO로 GS건설 출신, 건설사업관리 전문서비스 기업인 김승환 전 D&OCM 대표를 영입했다. 김영섭 대표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KT의 토지, 건물 등 KT의 부동산 자산 가치는 1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서울에만 28만5585㎡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보유 토지의 4.6%에 불과하지만, 공시지가는 3조8222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0여년 전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서울에서 대규모 토지 및 건물 매각이 없었더라면 자산규모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분석이다.
이 전 회장의 KT 부동산 매각은 상상을 초월했다. 2009년 말 802만6769m²(242만8097평)이었으나 재임 기간 5년 후 619만8374m²(187만5008평)로 줄었다. 건물 자산 역시 2009년 말 899만9468m²이었으나 361만8705m²로 60%나 쪼그라들었다.
특히 서울 지역 토지는 2009년 말 66만1086m²에서 34만6205m²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총 매각 건수만 39개 부동산, 총 매각 금액이 9824억 원에 달했다. 주요 매각 지역 역시 노량진, 용산, 목동, 고덕, 반포 등 다양했다. 목동 정보전산센터 매각 금액은 2320억 원에 달했다. 특히 2011년 집중 매각했다. 매각 건수가 무려 20개 부동산, 매각 금액만 4703억 원에 달했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실적 부진을 부동산 매각으로 만회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부동산 매각 금액을 갖고 비통신분야에 투자해 지속 성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매각한 빌딩(부동산)을 비싼 가격에 재임차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더구나 이 전 회장은 매각 부동산이 감정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민단체로부터 배임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부동산 매각 반대급부로 키웠던 KT렌털은 황창규 회장 시절 매각됐다. 부동산을 팔아 실적을 맞추고 고배당정책을 펼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한편, 김영섭 대표는 최근 기대 이상의 퇴직위로금을 주는 등 ‘당근식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임원 10% 넘게, 전체 직원은 전출자를 포함 23%를 내보냈다. 하지만 필수불가결한 인력까지 구조조정을 단행,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오창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