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가 가시화되며 철강 3사의 실적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5일 데이터뉴스가 동국제강, 현대제철, 포스코의 실적발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철강 3사의 매출 합계는 99조4417억 원으로, 전년(105조6741억 원) 대비 5.9%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 합계는 2조4356억 원에 그치며 전년(4조5652억 원)보다 46.7% 줄었다.
두꺼운 강판을 뜻하는 후판은 대략 60%가 조선으로, 40%가 건설로 흘러간다. 최근 몇년간 중국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경기침체를 겪으며,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후판을 싼 가격에 한국 등으로 대량 공급해 국내 후판 가격이 하락했다.
동국제강의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산 후판 가격은 2024년 9월 톤당 86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 하락했고, 수입산 후판 가격이 국내산보다 13.4%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철강 제조사가 후판 가격을 내려도 저가 수입산을 따라잡기 어렵고, 조선사들이 중국산 사용 비중을 20~30%로 늘리며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동국제강의 경우 철강 3사 중 유일하게 매출이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6.5% 하락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4분기 후판사업이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 판정이 내려져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후판을 반덤핑 제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후판은 현재 판매가가 원가와 거의 맞닿아 있어 공장에 돌려도 남는 게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의 예비 반덤핑 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최종 판정은 본조사 3개월(추정) 이후 나올 예정이다. 이에 따른 국내 후판 가격 상승으로 철강 3사의 실적이 다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무역위가 법령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조사한 결과라고 보며, 국내 철강업계는 고객사에 안정적으로 소재를 공급해 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며 “본조사와 최종판정이 남아 있는데, 기재부가 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공정하게 판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 3사 가운데 동국제강의 후판 매출 비중(22.4%)이 가장 커 반덤핑 관세에 따른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후판 매출 비중은 각각 15%, 13% 수준으로 알려졌다.
조선산업의 경우 보세구역으로 관세 영향 없이 중국산 후판 사용할 수 있어 반덤핑 관세 영향이 크지 않지만, 중국산 후판 관세 부과 시 국내 철강사가 가격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건설사의 경우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이 줄어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다만, 관세 부과 효과가 시장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건설용 후판을 주로 하는 입장에서 중국산 후판에 대한 관세 부과 시 마진이 올라갈 가능성은 있지만, 제품 수입 일부를 막았다고 수요가 갑자기 살아나지는 않는다”며, “나아질 여건은 생겼지만 시장의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