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7년 만에 사내이사에 복귀한다. 인공지능(AI) 시대 진입과 인터넷 플랫폼 분야 변화에 대응, 중장기 성장 방향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에 힘을 싣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20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네이버의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사내이사 선임 안이 상정됐다.
이해진 GIO가 사내이사에 오르면 네이버 이사회는 재선임 안이 상정된 최수연 대표와 이해진 사내이사, 임기가 1년 남은 변대규 기타비상무이사, 4명의 사외이사 등 7인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해진 GIO는 이사회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정관에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의 결의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 이사회는 이해진 GIO가 2017년 3월 의장에서 물러난 뒤 변대규 휴맥스 창업자가 의장을 맡아왔다. 이듬해 3월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난 이해진 GIO는 일본, 유럽 등 해외사업에 주력해왔다.
통상 창업자의 이사회 복귀는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처방으로 받아들여진다.
네이버는 실적만 놓고 보면 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매출 10조7377억 원, 영업이익 1조9793억 원, 당기순이익 1조8621억 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13.7%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3.7%, 89.0% 상승했다. 국내 인터넷 플랫폼 기업 가운데 매출 10조 원 달성은 네이버가 처음이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네이버 이용시간은 최근 상승하기는 했지만,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에 이어 4위에 머물러 있다.
또 AI의 비약적인 발전과 활용으로 전통적인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는 방식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 영역의 우월적 지위가 잠식되고 있는 가운데 체급이 다른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AI 투자 규모와 기술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사회에 합류하는 이해진 GIO는 의사결정의 힘과 실행속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장기 성장 관점에서 AI에 대한 투자가 더 과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GI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6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네이버 인스타그램
네이버는 이해진 GIO를 사내이사로 추천한 것과 관련, AI 시대 진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그동안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성공적으로 변화를 이끈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네이버의 철학에 근거한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제시하며, 의사결정에 힘을 싣고, 경영 전반에 안정성을 부여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중국 딥시크 열풍도 네이버의 AI 강화 전략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딥시크가 작은 규모의 투자로도 선두권 업체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선두업체와 경쟁력이 벌어지지 않도록 멀티모달, 추론 능력 강화에 전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AI는 글로벌 기업들도 오너나 절대적 의사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직접 움직이는 영역”이라며 “AI 변혁의 시대에 접어들어 이해진 GIO가 직접 등판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 플랫폼을 주도해온 네이버가 IT를 통해 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것을 철학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왔는데, 최근 그 지점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니 네이버의 사회적 역할을 잘 이어가기 위해 중심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의 복귀와 함꼐 조직과 리더십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김희철 CV센터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그동안 전사 자원 배분, 손익 관리, 회계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등 재무 관리에 주력해왔다.
김남선 현 CFO가 글로벌 금융분야 전문가 출신으로 투자 활동에 더 초점을 맞춰온 것과 대비된다. 김희철 신임 CFO는 팀네이버의 재무 조율자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3년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김남선 CFO는 전략투자 대표를 맡아 전략적 투자와 벤처 투자 확대를 도모할 예정이다. 포시마크 이사회 집행의장도 맡는다.
사내이사 임기를 마친 채선주 대외/ESG정책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글로벌 전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신설되는 전략사업부문을 책임진다. 아라비아법인장 역할도 함께 할 예정이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