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 81억$ 가치의 IPO는 성공했지만…”

FT, “USDC의 당초 사업계획은 다 틀렸지만, 예상못한 고금리 덕에 상장”

세계 2위의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씨(USDC)’를 발행하는 서클(Circle)이 지난 5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상장했다. 기업가치로 81억 달러(약 11조 1391억 2000만 원)를 인정받았다. 

이와관련,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3년 전 상장에 실패했던 서클이 돌아왔다. 당시 사업계획서는 대부분 잘못됐지만, 고금리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가 회사를 살렸다”며 “스테이블코인은 그 이름처럼 ‘안정적(Stable)’이어야 하지만, 그걸 만드는 회사는 결코 그렇지 않다. 테크업계는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고 최근 경고했다.

FT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은 ‘높은 예측 가능성’이다. 달러나 유로 등에 가치를 고정한 이러한 디지털 토큰은 ‘은행에 예치된 돈’과 유사하다. 전통 은행이 겪는 지연 없이, 즉시 이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테크 산업은 정반대로, ‘예측 불가능성’이 본질이다. 좋은 예가 바로 세계 2위의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이다. 이 회사는 뉴욕 증시에서 81억 달러의 가치로 상장됐다. 이는 3년 전 서클이 상장을 시도했을 때와 비교해 극적인 변화다.

서클은 지난 2022년 특수목적 인수회사(SPAC)와의 합병을 통해 상장 직전까지 갔으나 무산됐었다. 당시 서클은 자사의 사업 모델, 전략, 재무 전망을 공개했었다. 그 전망 중 다수는 그러나, 현실과 크게 달랐다. 

예를 들어, 서클은 2023년까지 USDC 발행량이 1900억 달러(약 261조 288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현재 실제 발행량은 약 610억 달러(약 83조 8445억 원)로, 예측치의 1/3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서클은 전체 매출의 75%가 거래 서비스, 그리고 스타트업을 돕는 자금조달 플랫폼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 두 사업은 모두 중단됐다. 2022년 가상화폐거래소 에프티엑스(FTX)의 붕괴는 산업 전체를 ‘유예 상태’ 몰아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클은 상황이 더 나아졌다. 스테이블코인이 예상만큼 빠르게 확산되진 않았지만, 금리 상승이 그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USDC의 자금은 대부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운용하는 머니마켓펀드(MMF)에 예치된 안전 자산으로 1:1로 뒷받침된다. 이 수익은 서클이 가져간다. 서클은 USDC를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지갑, 개발자 도구 등의 서비스로 추가 수익을 낼 계획이지만, 현재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우연히도, 서클은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2023년 매출은 15억 달러(약 2조 616억 원)로, 4년 전 예상치의 두 배에 달했다. 지금 속도로 성장한다면, 올해 약 5억 달러(6872억 원)의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순이익(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을 기록할 수 있다. 

이는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가치가 이익의 16배 수준이라는 의미다.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27배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된다. 서클은 그러나 이들 회사보다 훨씬 더 불확실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이 사례는 테크 산업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기업들은 하나의 모델로 시작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한다. 아마존은 1997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거인이다. 구글도 2004년 검색 엔진 기업으로 상장했지만, 현재는 알파벳(Alphabet)이란 이름 아래 챗봇, 자율주행 택시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변화가 언제나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은행들은 현재 실험 단계에 있지만, 서클이 협력하고자 하는 은행들 자체가 스테이블코인에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연준은 ‘공식 디지털 달러’의 발행에 소극적인 입장이지만, 만약 발행된다면 서클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FT는 “서클의 주식 가치까지 안정적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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