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구글의 13년전 야심작 ‘구글 글래스’. 이는 대중의 냉담한 반응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당시 스마트 안경은 ‘괴짜들의 전유물’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스마트 안경이 그러나, 이제는 패셔너블한 디자인과 진화된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전쟁을 선포했다고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그 선두에 선 것은 바로 메타.
최근 메타가 공개한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IT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스마트 안경 시장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투박했던 구글 글래스와는 달랐다. 이 제품은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의 세련된 프레임에, 초소형 디스플레이와 AI 기술을 결합했다. 착용자는 오른쪽 눈에 나타나는 작은 화면을 통해 △문자, △길 안내, △동영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제품은 과거 실패를 겪었던 증강현실(AR) 헤드셋 시장의 교훈을 반영한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나 △애플의 ‘비전 프로’처럼, 현실 위에 디지털 세계를 덧씌우는 ‘올인원’ 방식이 아니다. 사진 촬영과 간단한 정보 확인 등 ‘특정 용도’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스마트폰 없이도 작동하는 완벽한 플랫폼을 목표로 하던 기존 방식보다 현실적인 접근이다.
메타의 레이밴 디스플레이 출시를 시작으로, 여러 기술 기업들은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13년 전 구글이 실패했던 구글 글래스와는 다르다. 메타의 신제품은 패셔너블한 ‘레이밴 프레임’에 기술을 접목해 착용성을 개선했다. 하지만 기능 면에서는 여전히 구글 글래스의 초기 시도와 유사하다.
메타의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착용자의 오른쪽 눈에 작은 투명 디스플레이를 띄워 문자 메시지, 길 안내, 짧은 영상 등을 보여준다. 기술 발전 덕분에 이 제품은 대량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가격은 799달러(약 111만 5404 원)로 책정됐다.
메타는 이 제품이 수백만 개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 안경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나 △애플의 비전 프로처럼, 현실 세계에 디지털 정보를 완전히 덧씌우는 AR 기술을 추구하다 실패한 전례가 있다.
반면, 스냅의 스펙터클스처럼 단순히 카메라를 내장해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용도로 시작한 단순한 접근 방식이 더 유망해 보인다고 FT는 밝혔다. 메타는 이 방식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인공지능(AI) 비서 기능까지 추가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배터리 수명은 짧다. 기능 대부분은 여전히 스마트폰에 의존해야 한다. 또한, 많은 AI 기능은 이어버드나 다른 장치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다. 굳이 스마트 안경에 탑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는 이 제품을 통해 사용자의 시야를 선점함으로써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려 하고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판매량이 늘면 다른 앱 개발자들도 이 플랫폼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스마트 안경이 독립적인 컴퓨팅 플랫폼이 될지는 수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이제 그 경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FT는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