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과 트럼프 정부의 기업 친화 정책에 힘입어, 미국 대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량주로 구성된 에스앤피(S&P)500 지수는 14% 상승하고, 8조 달러(약 1경 1508조 8000억 원)의 주주 가치가 창출됐다.
상승분의 대부분은 엔비디아, 애플 등 10대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나머지 490개 기업도 시가총액이 10% 증가하는 등, 비(非) AI 부문에서도 코카콜라, 쓰리엠, 제너럴 모터스 등 일부 기업이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 성장의 동력은 AI 부문에 극단적으로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 선도 기업과, 기타 기업 간의 성장 및 투자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아메리카 주식회사(America Inc.)’를 막을 수 있을까를 이코노미스트는 질문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에서 최대 기업들이 최근 실적 발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길을 비켜라!”라는 단호한 외침인 듯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대기업들의 순이익은 9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고 분석가들은 추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및 이민에 대한 외관상의 ‘성장 저해적이며 친인플레적인 정책들’이 아메리카 주식회사를 수렁에 빠뜨릴 것이라고 공매도 세력들은 베팅했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길가의 로드킬 신세가 돼버렸다. S&P 500지수는 올해 14% 상승해, 주주들에게 거의 8조 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창출했다.
이러한 전속력 질주는 AI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브로드컴, 테슬라, 오라클, 팔란티어 등 미국의 10대 거대 기술 기업은 1월 이후 S&P500 지수 상승분의 5분의 3을 차지했다. 하지만 나머지 490개 기업도 합쳐서 3조 3000억 달러(약 4733조 1900억 원), 즉 존경할 만한 10%의 시가총액 증가를 기록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10월 20일에는 예상보다 좋은 실적 덕분에, 코카콜라, 쓰리엠, 제너럴 모터스의 주가가 각각 4%, 8%, 15% 급등했다. 이 세 기업 모두 2025년에 두 자릿수 성장을 보였다. 흥분을 위해 투자자들이 AI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탄산음료, 포스트잇, 픽업트럭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전반적인 즐거운 질주는 미국 연준의 금리하락 덕분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기업 친화적 정책들, 즉 △기업에 대한 감세 연장, △규제 완화 열의(특히 금융, 가상자산, 시추 분야), 그리고 △기업 간 거래에 대한 불간섭주의적 접근 방식(거래 당사자들이 트럼프의 호의를 유지하는 한)에 의해 가속화됐다.
하지만, AI 경제 이외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긴장의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은행가들은 △퍼스트 브랜즈(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와 △트리컬러(자동차 대출 회사) 등 양사의 파산을 신용 주기 전환의 초기 증거로 지적한다.
코카콜라가 호조를 보이지만, 식음료 및 생필품 대형 제조업체 그룹은 최근 몇 달 동안, 나머지 대기업들에 대한 주식 시장 성과를 기준으로 보면 1988년 이후 두 번째로 나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의 계산에 따른 것.
제너럴 모터스는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조정 영업이익이 18% 급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 주가는 예상보다 덜 암울했다는 이유로 급등했다. 이 자동차 제조업체는 관세로 인해 올해 순이익이 최소 23억 달러(약 3조 3023억 4000만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디트로이트의 경쟁사인 포드도 비슷한 타격을 예상한다.
문제는 관세 청구서의 규모만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더 광범위한 정책 결정의 변동성이 문제다. 그가 정말로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할까? 인텔처럼 국가를 주주로 맞이하거나, 농부들처럼 구원자로 맞이하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까?
현재 수익에 미치는 제한적인 영향은 미래 성장에 잠재적으로 지속적인 영향을 숨기고 있다. 그 성장을 위한 투자에 관해서라면, 미국의 AI가 아닌 기업들은 마치 헤드라이트에 비친 사슴처럼 불확실성에 마비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투자에서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고 확신할 때, 비용이 많이 드는 투자를 감행한다. S&P 500 기업 전체는 올해 1조 달러(약 1435조 5000억 원) 이상을 자본 지출에 쏟아부을 준비를 하는 등, 여느 때처럼 자신감에 차 있는 듯 보인다.
2025년 상반기에, 405개 구성원들은 설비와 장비에 총 5540억 달러(약 796조 3750억 원)를 지출했다(금융업 제외. 그리고 데이터 이용이 불가능한 약 50개 회사 제외).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60억 달러(약 137조 9808억 원)가 더 많은 금액. 자본 지출이 21%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견고한 순증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는 자본 지출 폭증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전년 대비 지출을 실제로 늘린 기업들은 1230억 달러(약 176조 8125억 원)를 증가시켰다. 이는 이들 기업이 1년 전에 지출했던 금액보다 무려 42% 더 많은 수치.
하지만 이 순증 결과는 또한, 호황을 과대평가한다. 표본의 186개 기업, 즉 거의 두 곳 중 한 곳은 집단적으로 276억 달러(약 39조 6750억 원)의 자본 지출을 삭감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다음 회계연도에 지출을 다시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S&P 500의 작은 회사들이 아니다. 여기에는 △카니발 및 로열 캐리비안 등 크루즈 선사들의 합계 31억 달러(약 4조 4562억 5000만 원) 감소, △제네럴 모터스, 테슬라, 포드 등 대형 자동차 기업들의 합계 29억 달러(약 4조 1687억 5000만 원) 감소, △화이자 등 대형 제약 회사의 7억 7700만 달러(약 1조 1075억 6800만 원) 감소, 그리고 △셰브론 등 대형 석유 기업의 4억 1600만 달러(약 5983억 7440만 원) 감소가 포함된다. 총체적으로, 자본 지출을 삭감한 기업들은 그룹 전체 자본 지출의 24%, 시가총액의 26%, 매출의 35%, 그리고 글로벌 인력의 37%를 차지한다.
수입에 의존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 위협에 노출된 부문들은 당연히 지출에 인색했다. 2025년 상반기에 전년 대비로 △자동차 산업은 20%, △식음료 및 담배 제조업체는 15%, △자본재 생산업체는 4%의 지출을 줄였다. 소비자 서비스 기업들은 아마도 2025년 대부분 동안 미국 소비자들이 보였던 침울한 분위기에 대응해 14%를 줄였다. 에이이에스(AES)와 넥스트에라(NextEra) 같은 재생 에너지 생산업체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풍력 터빈 및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혐오로 인해 투자를 역행시켰다.
자본 지출 삭감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자본 지출 증가의 극단적인 집중이다. 총 증가분 1230억 달러(약 176조 8986억 원)의 대부분은 빅테크가 AI의 돈벌이 잠재력에 대한 믿음의 결과였다. 데이터 센터 건설에 열을 올리며 ‘AI 탑10’ 중 가장 자본 지출을 기쁘게 하는 5개 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이 추가 지출의 730억 달러(104조 9886억 원)를 담당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이들 데이터 센터가 아니었다면, 전력회사들(곤경에 처한 재생 에너지 기업 제외)은 그들이 더한 90억 달러(약 12조 9438억 원)를 추가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많은 대규모 지출 기업들도 AI 인접 분야에 있다.
놀라운 미국(America Incredible)인가, 아니면 무관심한 미국(America Insouciant)인가? 이러한 AI 베팅이 성공한다면, AI 이외의 기업들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AI 세상에서 기업 AI 사용자들은 자체적으로 자본 지출에 현금을 쏟아붓지 않고도, 더 높은 매출과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자본 지출을 꺼리는 기업들이 희망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는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심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두 가지 전망 모두 요원해 보인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아메리카 주식회사의 수익 엔진이 삐걱거리기 시작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