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AI, 대출 심사·리스크 관리 등 업무 전반에 투입

하나은행, 30분 기업대출 심사를 ‘10초’로…우리은행, 175개 ‘AI 에이전트’ 가동

[취재]“은행 AI, 이젠 대출 심사·리스크 관리 등 업무 전반에 투입”

인공지능(AI)이 국내 은행권의 풍경을 확 바꾸고 있다. AI가 채팅창에서 은행 고객 질문에 답하던 ‘챗봇’에서, ‘일하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AI는 △대출 심사 서류를 검토하고, △보이스피싱을 실시간 차단하며, △자산관리 전략까지 짜고 있다.

‘인공지능 전환(AX)’은 국내 은행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으로 급부상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인력을 대체할 수준의 전사적 AI 시스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 대출 심사 ‘30분→10초’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은행의 본업인 ‘여신(대출) 심사’ 영역이다. 하나은행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기업 신용평가 심사의견 생성 시스템’을 최근 전 영업점에 도입했다. 

그동안 은행 직원은 기업의 재무제표와 산업 동향을 분석해 의견서를 작성하는 데 평균 30분 이상을 일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AI는 단 10초 만에 초안을 뽑아낸다. 하나은행 측은 “연간 7만 건의 업무를 처리하며, 약 2만 7000시간의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앞으로 기업여신뿐 아니라 가계여신 등 여신 업무 전반으로 AI 기반 자동화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엔터프라이즈 레벨 AI 에이전트’ 프로젝트에 착수, AI 대전환을 본격화했다. 엔터프라이즈 레벨 AI는 전사 차원의 비즈니스 환경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해 설계된 AI 시스템. 우리은행은 기업여신, 자산관리, 내부통제, 고객상담, 업무 자동화 등 5대 영역에 총 175개의 AI 에이전트를 내년 초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 프로세스에 직접 개입해 의사결정을 돕는 구조다. 

우리은행은 이 AX를 통해 의사결정을 효율화해 생산적 금융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전체 업무 처리 속도가 30% 이상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기 잡아내고 내부통제 감시
AI의 영역은 리스크 관리와 보안 등 ‘파수꾼’ 역할로도 급속히 확장 중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통신사와 협업해 ‘AI 기반 보이스피싱 실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AI가 통화 내용을 분석해 사기 의심 정황을 포착하면, 즉시 은행 시스템과 연동해 계좌 지급정지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한다. 또한,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챙기지 못하는 ‘금리인하요구권’을 AI가 알아서 신청해 주는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신한은행은 무역금융의 핵심인 ‘수출환어음 매입 심사’에 생성형 AI를 도입, 대금 회수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복잡한 국제표준 규정에 맞춰 서류의 하자 유무를 AI가 정밀 심사하게 했다. 내부통제 측면에서도 AI 영상분석 기술을 활용해 영업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고액 현금 인출 등 이상 징후를 감시하는 등 금융사고 예방의 ‘그물망’을 촘촘히 하고 있다.

‘AI 뱅커’가 지키는 무인 점포
고객 접점인 영업 현장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서울 서소문 등에 ‘AI 브랜치’를 열고 AI 은행원이 계좌 개설부터 환전까지 60여 가지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농협은행 역시 얼굴 인식과 생체 인증을 결합한 ‘디지털 스테이션’을 통해 카드 없이도 안전한 금융 거래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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