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삼성에서 분가한 신세계와 CJ그룹이 2000년대 들어 재계 존재감 측면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당장 주목되는 것은 재계순위 변화에 따른 희비의 교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사촌지간으로 과거 햇반 등 주요 사업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을 정도로, 두 그룹은 식품·유통 분야에서 자존심을 건 경쟁관계에 있다.
2일 데이터뉴스가 2000년 이후 신세계와 CJ의 재계순위 변화 추이를 조사한 결과, 신세계는 18년 동안 19계단 높인데 반해 CJ는 9계단 상승에 그쳤다.
2000년도 재계 순위에서 신세계는 총자산 2조7230억 원으로 29위였으나, 올해는 10대 그룹에 들며 순위를 대폭 끌어 올렸다. 2017년도 총자산은 32조9770억 원으로 2000년에 비해 12.1배 늘었다. 계열사수도 10개에서 33개로 증가했다.
반면 CJ는 같은 기간 재계 순위가 23위에서 14위로 9계단 상승에 그쳤다. 총자산도 3조5380억 원에서 26조6620억 원으로 7.5배 늘며, 재계 순위와 규모에서 모두 신세계에 뒤집혔다.
신세계가 CJ보다 재계 순위가 높아진 것은 공교롭게도 CJ그룹이 2002년 10월 제일제당에서 사명을 바꾼 이후다. 2003년도 재계 순위에서 신세계는 전년 22위에서 16위로 뛰어 올랐고, CJ는 18위를 유지하며 신세계에 뒤지기 시작했다.
이후 신세계는 2009년, 2010년 20위대로 밀렸지만 본격적으로 계열사 수를 늘리며 순위를 끌어 올렸다. 신세계 계열사 수는 2010년 12개였지만, 7년여 만인 지난해 3분기에는 33개로 늘었다.
특히 신세계는 2000년대 들어 지금까지 매년 총자산이 단 한 번도 감소한 적이 없다. CJ는 2002년과 2014년 총자산이 전년 대비 줄었다.
이재현 회장이 1990년대 중후반 조성한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횡령·배임으로 2013년 7월 구속된 이후 CJ가 주춤했던 틈을 타 신세계는 조직을 개편하며 순위를 크게 올렸다. 이 회장이 구속된 이듬해 CJ가 잠시나마 신계계를 앞섰던 총자산도 다시 뒤집혔다.
이 기간 동안 CJ는 총자산이 24조 원대에서 26조 원대로 성장폭이 적었지만, 신세계는 22조 원에서 33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재계 순위는 CJ가 14위를 유지하는 동안 17위에서 10위로 순위를 높였다.
신세계는 2015년 12월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백화점 사업을 나눠 가지면서 분리경영을 시작했다. 지분관계도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청산하며 가르마를 탔다. 다만 계열사간 사업 협력은 오히려 전보다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스타필드 하남,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등을 론칭하고, 백화점도 강남·대구·김해점을 새롭게 오픈하는 등 자산을 늘리며 CJ와 격차를 벌렸다.
이에 따라 2017년 추정기준, 신세계와 CJ의 총자산 격차는 6조3150억 원으로 사상 최대로 벌어지게 됐다. 두 그룹은 2000년 이후 총자산 규모가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격차는 1조5000억 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2015년도 두 그룹의 총자산 격차는 2조5000억 원으로 늘었고, 2016년 4조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정용진, 정유경 체제의 계열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 한 CJ가 다시 재계 순위에서 앞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장남이고, 정용진 부회장은 이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신세계는 1991년 삼성에서 분리해 1997년 4월 공식 출범했으며, 마트, 백화점, 부동산, 관광호텔, 의류제조 및 유통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CJ그룹은 1993년 삼성에서 분리된 이후 1996년 제일제당그룹으로 출범했고, 현재는 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물류 등 4대 사업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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