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LG화학이 올해 연구개발(R&D)에 1조 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7천800억 원보다 2000억 원 이상 늘린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 화학 업계에서 R&D에 1조 원을 투자하는 것은 LG화학이 처음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사진)은 지난달 31일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박 부회장은 “사업 성과와 연결되는 연구개발은 물론 미래준비를 위한 핵심·원천 기술에 선제 투자해 2025년 50조 원 매출의 글로벌 톱5 화학사로 도약하겠다”며 “R&D에 조 단위를 투자하는 올해가 진정한 가치창출을 위한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의 R&D 투자 1조 원은 매출액 대비 4%를 넘어서는 것으로, 바스프(2015년 기준 3.8%), 다우케미칼(3.3%) 등 세계적인 화학사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투자액은 매년 10% 이상 늘려 2020년 1조4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R&D 인력도 현재 약 5300명에서 2020년 약 6300명으로 늘일 계획이다.
연구 시설도 대폭 확장한다. LG화학은 지난해 기술연구원을 기존 6동에서 7개 동으로 늘렸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서울 강서구 마곡에 건립 중인 ‘LG사이언스파크’에 단계적으로 입주를 시작, 향후 2500여명의 LG화학 R&D 인력이 근무하게 된다.
박 부회장은 “연구를 위한 연구는 지양하고 인류의 삶에 꼭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며 “LG화학을 ‘R&D 혁신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분야별 투자액 비중은 전지 부문이 30% 이상, 나머지 기초소재·정보전자소재·생명과학 부문, 법인의 신사업 등이 각각 10∼20%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 물, 바이오 등 차세대 신소재 분야에서 핵심·원천 기술을 집중 발굴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혁신전지, 연료전지용 소재, 자동차 경량화·고기능화 소재 개발에 나선다. 물 분야에서는 세라믹 분리막 소재를 적용한 필터와 차세대 수처리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바이오 분야에선 유전자 기술 연구, 혁신 신약 분야 진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외에 4차 산업혁명 이후 혁신기술, 차세대 신소재 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오픈 이노베이션'도 확대해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과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내부에서도 조직별로 축적한 기술을 협업해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LG화학은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중국 공장 가동률을 최근 70% 수준으로 올렸다. 현지 수요 충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출용,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용으로 전환한 결과다.
박 부회장은 “중국 공장 가동률은 많이 올라가 현재 70% 수준”이라며 “조금 지나면 앞으로 100% 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 공장 생산품을) 중국에서 팔아서 가동률이 올라간 게 아니라 조금 씁쓸하긴 하다”면서도 “(제품은) 다른 지역에 수출하거나 ESS용으로 돌리는 등의 방법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영향을 우려한 의견에 대해서는 “중국에 10개 정도 법인이 있고 매일 동향을 점검하는데, 아직 특별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부회장은 “사실 중국 전기차 보조금은 2020년이 되면 다 없어진다”며 “개인적으로는 남들이 쫓아올 수 없는 기술적인 걸 만드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의 누적 전기차 수주액은 35조 원이다.
이날 박 부회장은 “물건이 나온 다음 쫓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 사업에 ‘이런 부분은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되면 공격적으로 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의사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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