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이윤혜 기자] 재계의 시선이 호반건설과 창업주 김상열 회장에 쏠리고 있다. 자본금 1억원, 직원 5명의 지역 건설사로 시작해 30여년 만에 시공능력평가 3위의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 인수를 눈앞에 뒀기 때문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지난달 말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단독 참여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면서 호반건설과 김 회장에 대한 재평가가 한창이다. 특히 김 회장이 어떤 인물인지, 어떻게 호반건설을 키워왔는지 등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을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는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6년 만에 마칠 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선대학교를 나와 중소 건설사에 입사했다가 1989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직원 5명, 자본금 1억원으로 임대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김 회장은 2002년 천안, 대전, 울산, 전주 등에서 성공적인 분양 성적을 기록하며 호반건설을 지역 건설사에서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움시켰다. 기세를 몰아 2005년에는 본사를 서울로 옮기며 수도권 시장까지 진출했다.
이어 김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회 삼아 호반건설을 퀀텀 점프시킨다. 당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건설사들이 수도권 알짜 부지를 매각했는데, 이때 인천 청라, 고양 삼송, 수원 광교, 성남 판교 등의 부지를 사들인 것이다. 이들 부지를 활용해 호반건설은 수도권에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건설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무차입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다음 사업에 착수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존경하는 인물은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으로 그의 개척정신을 평소 강조해 왔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최종 인수할 경우 대형 건설사로 확고히 도약하는 것은 물론 해외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의 지각 변동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시공능력 평가액을 합하면 10조원을 뛰어 넘어 삼성물산·현대건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신보다 덩치가 10배 정도 큰 기업을 품에 안는 것이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6년 기준 호반건설의 매출은 1조1815억원으로 대우건설 매출(11조1059억원)의 10분의 1수준이다. 호반건설을 비롯한 호반그룹 전체 계열사의 매출을 합해도 총 5조5000억원 정도로 대우건설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호반건설이 13위, 대우건설이 3위다.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주택사업만 해온 호반건설이 대형 건설업체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있다.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호반건설이 고용 인력만 5000여 명에 달하는 대우건설의 시스템적 경영을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악화된 재무건전성도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대우건설의 부채는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되기 전인 2005년 말 3조1756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7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 상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특혜 매각’ 논란도 부담이다.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가운데 40%만 우선 매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지분 10.75%는 2년 뒤 인수할 수 있는 조건부 계약이다. 호반건설의 매입 가격은 1조6000여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산은이 대우건설에 주식 인수, 유상 증자 등을 위해 투입한 자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야당인 자유한국당 측은 “호반건설에 분할인수를 통해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것은 특혜이자 공적자금 3조2000억원을 투입해 반토막인 1조6000억원에 파는 것은 헐값 매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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