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은 같지만 처방은 다르다. 연말 정기임원인사에서 공통적으로 불확실한 국내외 경영환경을 언급한 5대 그룹이 신규임원인사를 놓고는 각기 다른 경향을 보였다.
11일 데이터뉴스가 5대 그룹이 지난해 말 단행한 2021년도 정기임원인사를 분석한 결과, 삼성과 LG는 신규임원 승진자를 늘린 반면, SK와 롯데는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그룹 모두 이번 인사정책이 현재 경영환경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에서 ‘같은 진단, 다른 처방’을 내린 셈이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는 대체로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신규임원 승진규모를 늘렸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13개 주요 계열사의 신규임원 승진자는 2019년 말 183명에서 2020년 말 211명으로 28명(15.3%)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신규임원 승진자를 88명에서 111명으로 23명(26.1%) 늘렸고, 삼성SDS도 9명에서 12명으로 3명(33.3%) 늘렸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수요에 대한 적기 대응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2020년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을 감안해 승진인사 폭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도 어려운 환경에서 비교적 좋은 실적을 낸 점을 감안해 승진자 숫자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신규임원 승진자는 각각 7명에서 11명으로 4명씩(57.1%) 늘었다.
LG그룹은 2019년 말 106명이었던 신규상무 승진자가 이번에 124명으로 18명(17.0%) 늘었다.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 전진 배치해 미래준비를 위한 성장사업 추진을 가속화하도록 했다는 것이 LG그룹의 설명이다.
반면, SK와 롯데는 신규임원 승진자를 줄였다.
SK그룹은 신규임원 승진자를 108명에서 103명으로 5명(4.6%) 줄였다. SK 측은 코로나19 등 경영환경을 감안해 예년에 비해 신규임원 선임규모가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도 신규임원 승진규모를 61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11명(18.0%) 줄였다. 롯데 측은 지난해 말 정기임원인사 당시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인적쇄신을 대대적으로 단행했으며,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승진·신임임원수를 전년 인사의 80% 수준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룹별로 다른 신규임원 승진정책을 시행했지만,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성과와 능력 있는 젊은 인재를 과감하게 발탁하고, 여성임원을 확대하는 공통점도 보였다.
우선 삼성전자는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연령,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가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를 과감히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다른 계열사들도 공통적으로 강조한 부분이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외국인과 여성에 대한 승진 문호 확대 기조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2017년 2명이었던 삼성전자 여성 신임임원은 8명으로 늘어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의 분야에서 미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할 성과와 전문성을 갖춘 신임임원에 대한 승진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신규임원 승진자 가운데 약 30%가 미래 신사업·신기술·연구개발(R&D) 부문에서 배출됐다. 또 성과와 잠재력을 인정받은 40대 초·중반 인재를 임원으로 발탁하고 5명의 여성임원을 새로 선임했다며 실적과 능력 위주의 인사정책을 강조했다.
SK그룹은 신규임원 선임규모는 소폭 줄었지만, 바이오, 소재, 배터리 등 신규 성장사업에는 능력 있는 인재를 과감하게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인재 발탁 기조도 유지해 예년과 같은 7명을 신규 선임해 그룹 전체 여성임원이 34명으로 늘었다.
LG그룹은 빠르게 성장하는 미래사업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부여해 관성에서 벗어나 미래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밝혔다. LG그룹 신규임원 중 45세 이하(2020년 기준)가 24명으로, 1년 전(21명)에 비해 3명(14.3%) 늘었고, 1980년대 생 신임임원도 3명 발탁했다. LG그룹은 미래준비 기반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영역에서 성과를 낸 인재 발탁에도 신경을 썼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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