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양대 축인 유통 부문과 케미칼 부문이 확연하게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케미칼 부문 상장계열사들이 올해 1~3분기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인 반면, 유통 부문의 침체가 두드러졌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성적표는 최근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롯데그룹 상장계열사의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10개 계열사 중 롯데케미칼 등 8곳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고, 롯데쇼핑 등 2곳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은 10개 상장계열사 중 가장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달성했다. 롯데케미칼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12조962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조33억 원)보다 4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70.2% 상승한 1조5061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 급증은 지난해 대산 공장 폭발사고 등으로 실적이 크게 꺾인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증가세를 보였고,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을 회복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에 2018년 이후 3년 만에 반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했다.
롯데그룹의 또 다른 화학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도 올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1~3분기 매출(1조2577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0% 올랐고, 영업이익(1596억 원)과 당기순이익(3595억 원)은 각각 44.0%, 171.9% 상승했다.
이 같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롯데그룹 화학BU장인 김교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교현 부회장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롯데케미칼 대표를 맡았고, 2019년부터 롯데그룹 화학BU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부터는 롯데케미칼의 통합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실적을 회복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롯데그룹의 식음료 계열사들도 올해 실적 상승에 성공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3분기 939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633억 원으로 73.9% 증가했고,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도 각각 4.4%, 6.0%의 영업이익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롯데푸드는 당기순이익이 737억 원에서 318억 원으로 절반 이상 하락했다.
반면,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롯데쇼핑은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롯데쇼핑의 올해 1~3분기 매출은 11조7892억 원으로, 코로나19로 부진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12조2285억 원)보다 3.6% 떨어졌다. 특히 영업이익은 1646억 원에서 983억 원으로 40.3% 하락했다.
올해 1~3분기 이마트의 영업이익이 57.3% 상승했고,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이 151.4% 증가하는 등 유통업종이 소비심리 회복에 따라 상승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롯데그룹 유통사업 부진의 골이 깊다.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 등의 영향을 감안해도 아쉬운 대목이다.
롯데가 공을 들이고 있는 이커머스 사업도 부진한 성적을 냈다.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사업에서 올해 1~3분기 107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그룹 유통사업의 더딘 실적 실적 개선은 책임론으로 이어져 유통BU를 이끌던 강희태 부회장이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롯데쇼핑 혁신과 구조조정, 유통명가 부활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으며 재신임을 받았지만, 올해 실적 부진으로 또 다시 신임을 받는데는 실패했다. 호텔BU를 이끌었던 이봉철 사장도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
대신 롯데그룹은 외부 인재로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를 유통과 호텔 사업군의 총괄대표로 각각 선임했다.
유통군 총괄대표를 맡은 김상현 (부회장은 P&G, 홈플러스 등을 거친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안세진 신임 호텔군 총괄대표(사장)는 컨설팅기업 커니 출신으로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과 사업전략을 담당한 신사업 전문가다.
김민경 기자 peace@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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