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연말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2월 15일 단행된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에선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 등 정 회장이 신임하는 인물들이 CEO에 오른 바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등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지속으로 주요 그룹이 인사 시기를 앞당기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 역시 발표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9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자동차그룹 상장계열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12개 상장사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14조11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조4236억 원) 대비 32.1% 증가했다.
특히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늘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176억 원에서 올해 1조6754억 원으로 9419.3% 증가했다.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 예정이라 이번 호실적이 더욱 주목됐다.
현대제철은 2019년 3월 안 대표 취임 이후 수익성이 매년 하락했었다. 철광석, 원료탄 등 원재료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중국지역 종속법인의 판매도 부진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확대로 주요 전방산업이 부진해 철강산업 업황도 크게 악화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제철은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일부 사업을 철수하고, 단조 사업부문을 분리시켜 현대IFC를 출범시키는 등의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전방산업이 점차 개선되면서 글로벌 철강 수요가 회복된 점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송호성 기아 대표와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의 임기도 내년 3월 만료된다. 두 기업 모두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기아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조8906억 원으로, 전년 동기(7049억 원) 대비 395.7% 증가했다. 신형 차량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렸다. 지난해 3분기 발생한 대규모 품질비용에 대한 기저효과도 작용해다. RV 등 고수익 차량의 판매 확대를 통한 믹스 개선과 북미에서 높은 수요를 바탕으로 진행한 인센티브 절감도 수익성 개선의 요인으로 꼽힌다.
송호성 대표는 1962년생으로, 올해 만 59세다. 현대차그룹 대표 중 젊은 편이다. 특히 기아의 중장기 전략인 ‘플랜S'를 기반으로 전동화 전환을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모비스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511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0% 증가했다. 조성환 대표는 취임 이후 자체사업과 외부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3월 수장이 교체된 현대자동차와 현대건설도 실적이 상승했다. 현대자동차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1403억 원에서 올해 5조1493억 원으로 351.6% 증가했고, 같은 기간 현대건설도 4591억 원에서 5622억 원으로 22.5% 늘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는 2020년 8월부터 제네시스사업부장을 함께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GV80에 이은 두 번째 SUV 'GV70'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는 데 힘썼다. GV70은 '아이오닉5', '투싼' 등과 함께 올해 현대자동차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현대자동차는 이처럼 올해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으로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현대건설은 윤영준 대표가 주력한 국내 주택사업이 좋은 실적을 거둔 가운데, 사우디 마잔 가스처리 공사, 카타르 루사일 프라자 타워 공사 등 코로나19로 미뤄졌던 해외 대형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며 매출로 이어졌다.
종합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1~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조9359억 원, 8011억 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동기(11조6408억 원, 591억 원) 대비 36.9%, 64.5% 늘었다. 물류, 해운, 유통 등 모든 부문에서 호조를 보였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2018년 3월 취임해 올해로 취임 4년차를 맞았다. 비교적 재임기간이 길지만, 올해 초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고, 호실적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위아와 현대오토에버도 수익성이 증가했다. 정재욱 현대위아 대표와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는 각각 현대자동차에서 부품개발사업부장, ICT본부장을 지내다 계열사 CEO에 올랐다.
현대위아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038억 원으로, 전년 동기(591억 원) 대비 75.5% 늘었다. 현대오토에버도 603억 원에서 698억 원으로 15.8% 증가했다.
현대위아는 부가가치가 높은 주력 부품을 중심으로 실적을 늘렸고, 현대오토에버는 시스템 통합(SI)과 IT아웃소싱(ITO) 사업 매출이 증가한 가운데 그룹 내 IT 3사 합병으로 소프트웨어 사업이 추가됐다.
광고회사인 이노션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2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01억 원)보다 32.1% 늘었다. 이용우 이노션 대표는 취임 이후 국내와 해외에서 고른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와 동시에 미래사업 기반 확보를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상장계열사 중 유일한 금융기업인 현대차증권도 호실적을 냈다.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는 선임 당시 증권업계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우려를 받았지만, 투자은행(IB)부문을 중심으로 역대 최고 실적과 신용평가등급 상향 등의 성과를 내 경영능력을 입증받았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관심사인 수소경제 인프라 분야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현대차그룹 상장계열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줄었다. 현대로템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495억 원으로, 전년 동기(684억 원) 대비 27.7% 감소했다.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보였으나 3분기 일회성비용이 발생하면서 하락했다. 다만 이 대표 취임 전인 2019년 1~3분기(-1337억 원)와 비교하면 수익성이 개선됐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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