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지난해 3대 인터넷은행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했다. 수익이 늘었지만, 경기 변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상 최대치 충당금을 쌓으면서 순이익이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공개(IPO) 추진을 재개하면서 이우형 신임 행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30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케이뱅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순이익은 12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836억 원) 대비 84.7% 감소했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다. 출범 첫 해 838억 원의 순손실을 냈고, 2020년(-1054억 원)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출범 5년 만인 2021년 순이익 흑자(225억 원)를 기록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점유율 1위 업비트와 제휴해 수신 고객을 늘리고, 플랫폼 수익(비이자이익)을 증대시켰다. 성장세는 이듬해까지 이어져 83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이 급감했다. 고객 혜택 확대 등을 기반으로 순이자수익은 2022년 3852억 원에서 2023년 4504억 원으로 16.9% 늘었지만, 사상 최대 규모인 2927억 원의 충당금을 쌓은 것이 순이익 하락으로 이어졌다.
인터넷은행 중 지난해 순이익이 역성장한 곳은 케이뱅크가 유일하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 2631억 원에서 2023년 3549억 원으로 34.9%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1년 말 출범한 토스뱅크도 빠르게 순손실 폭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175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경쟁사들이 순이익을 개선하는 가운데 케이뱅크만 하락하며 2위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토스뱅크와의 순이익 차이가 2022년 3480억 원에서 2023년 303억 원으로 줄었다.
순이익 감소는 IPO 추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 최우형 신임 은행장이 취임한 후 IPO 재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2월 시장 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한 이후 약 1년 만에 재추진이다.
지난해 순이익 규모가 처음 흑자를 낸 2021년보다 적어 기업가치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실적이 기업가치 산정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행장의 첫 과제 역시 수익성 개선이 꼽힌다.
케이뱅크는 최 행장을 금융과 IT를 아우르는 디지털금융 전문가로 평가하고 있다. 1966년생인 최 행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SDS 개발팀장 상무(2014년), 한국IBM 금융사업개발담당 상무(2016년), 경남은행 D-IT그룹 디지털금융본부장(2018년), BNK금융지주 D-IT부문장 전무 겸 경남은행 D-IT그룹장 부행장보(2021년)를 역임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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