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LG화학(부회장 박진수)의 실적과 주가 곡선이 반대양상을 띄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직접 챙기고 있는 중국 등 해외시장의 부진이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이슈 역시 주가 전망에 긍정적이지 않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주가는 지난해 32만8500원에서 시작해 연말 26만1000원으로 1년간 20.5% 감소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도 9위에서 15위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최근 며칠간 반짝 상승하긴 했으나, 1월 말 종가기준으로는 26만2000원으로 정체된 상태다. 지난해 LG화학 영업이익이 1조9919억 원으로 2011년 이래 5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한 것과 대조된다.
실적과 주가 흐름이 따로 노는 이유로는 해외법인 실적 부진, 2차 전지·전자소재 등 비화학 사업 부진, LG생명과학 흡수합병 관련한 잡음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LG화학은 지난해 3분기까지 중국, 미국 등 32개 해외 법인 순이익이 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587억 원 대비 83.7% 급감했다. 매출도 5조4797억 원으로 2.9% 감소했다.
해외법인은 현지 시장 교두보 역할을 하는 만큼 글로벌 역량 강화를 중시하는 LG화학으로서는 눈에 보이는 실적 규모보다 더욱 중요한 사업영역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연결재무제표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도 해외법인을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LG그룹 오너 일가가 미래 생존의 가장 중요한 거점으로 삼고 있는 중국 현지법인은 순이익이 336억 원에서 -380억 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삼성SDI도 195억 원에서 -256억 원 적자로 돌아섰지만, LG화학보다는 감소 폭이 적었다.
LG화학은 지난 2014년 삼성SDI(사장 조남성)와 전기차 성장에 힘입어 중국 시장에 동시에 진출했다. 설립 3년차를 맞은 시점에서 당초 계획대로라면 안정된 이익을 내야 하지만 중국 규제에 막혀 불확실한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올해 초에도 중국 정부는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을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했다가 반나절 만에 철회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초 생명과학사업본부로 흡수합병한 LG생명과학을 두고도 주주와 LG화학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주가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LG화학 주주는 단기성과를 보여 달라는 반면 회사 측은 바이오를 통해 10년 후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관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합병을 위한 신주발행 후 주가는 26만 원대에서 11월 한 때 21만 원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 기간 박진수 부회장 등 주요 임원이 일제히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한편 LG화학은 생명과학을 흡수하며 9년 뒤인 2025년 연 매출 50조 원의 세계 톱5 화학회사로 성장한다는 구상이다. 매출을 끌어 올려 주가 상승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LG화학 매출은 2012~2013년 23조 원대로 고점을 찍은 후 최근 3년 동안 내리막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조6600억 원에 그쳤다.
2008년에서 2016년까지 9년 동안 매출 증가율은 63.4%다. LG화학이 50조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시장 환경에서 과거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야 하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정부가 한국산 화학제품에 대해 반덤핑 예비관세 부과 판정을 내리는 등 대외 여건도 주가흐름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연말 임원인사에서 연임한 박 부회장이 LG화학 기업 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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