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조용경 객원기자] 가을산의 계곡이나 농수로, 혹은 저수지 주변을 거닐다 보면 기막히게 예쁘고 앙증맞은 꽃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고마리'라고 하는 특이한 이름의 가을꽃입니다.
워낙 번식력이 좋은 녀석이라 농사를 짓는 곳에서는 잡초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발걸음을 멈추고 들여다 보면 흰색 꽃, 분홍색 꽃, 혹은 흰색의 끝에 붉은색 입술연지를 칠한 것 같은 꽃 등 여러 종류의 꽃이 핍니다.
그 모습은 그냥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고혹적인 것이어서 꽃 가장자리에 입술이라도 살그머니 대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까지 합니다.
고마리는 쌍떡잎식물이며, 마디풀목 마디풀과에 속하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입니다,
양지바른 들판의 수로나 냇가에서 키가 1m까지도 자라는데, 오염된 땅이나 수질을 정화시키는 작용이 뛰어난 풀이라고도 하네요. 참 고마운 풀이지요?
고마리는 줄기에 작은 가시가 촘촘히 나있고, 털이 없으며, 잎은 어긋나기로 나는데, 모양이 서양방패처럼 생겼습니다.
지역에 따라 8월말에서 시작하여 10월초까지 꽃이 피는데, 흰색이나 연한 분홍색, 혹은 흰색의 끝에 분홍색 무늬가 있는 꽃이 줄기 끝에 10~20개씩 뭉쳐서 달립니다.
‘고마리’에는 꽃잎이 없습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니고 꽃받침이지요.
고마리는 흔히 '고만이'라고도 부르는데, 워낙 번식력이 좋아서 마구 번져 나가니 '이제 고만 좀 번지라'는 의미로 그렇게 불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식용이 가능해서 어린 잎과 줄기는 먹기도 하고 줄기와 잎은 한방에서 지혈제로 사용되기도 한답니다.
고마리의 꽃말은 '꿀의 원천' 이라고 합니다. 꽃이 아주 작지만, 고마리가 무성한 곳에 작은 나비나 벌들이 부지런히 날아드는 모습을 보면 '꿀의 원천'이란 꽃말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9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물이 흐르거나 습기 찬 땅이면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예쁘디 예쁜 고마리... 어쩌면 이 고마리야 말로 진정한 가을의 전령이 아니겠는지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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